좋은시

목련 전차 / 손택수

문근영 2010. 1. 22. 10:36

 

목련 전차 - 손택수

 

 

 

목련이 도착했다
한전 부산지사 전차 기지터 앞
꽃들이 조금 일찍 봄나들이를 나왔다
나도 꽃 따라 나들이나 나갈까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머릿속처럼
맑게 개인 하늘 아래,
전차 구경 와서 아주 뿌리를 내렸다는
어머니 아버지도 그랬겠지
꽃양산 활짝 펴 든
며느리 따라 구경오신 할아버지도 그랬겠지
나뭇가지에 코일처럼 감기는 햇살,
저 햇살을 따라가면
나무 어딘가에 숨은 전동기가 보일는지 모른다
전차바퀴, 기념물 하나만 달랑 남은 전차기지터
레일은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레일을 따라
바퀴를 굴리는 힘을 만날 수 있으련지 모른다
지난밤 내려치던 천둥번개도 쩌릿쩌릿
저 코일을 따라가서 동력을 얻진 않았는지,
한 량 두 량 목련이 떠나간다
꽃들이 전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저 꽃전차를 따라 가면, 어머니 아버지
신혼 첫밤을 보내신 동래 온천이 나온다.
 

 

시집 '목련전차' (2006년 창비) 중에서

 

 

 

손택수 시인

 

 

1970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출생하였으며 경남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언덕위의 붉은 벽돌집>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부산작가상, 현대시동인상, 제22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2003년 창비)과 '목련전차'(2006년 창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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