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낙타/이한직

문근영 2010. 1. 11. 10:38

낙 타

   -이한직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 옛날에 옛날에 -

 

낙타는 어린 시절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윈 동심의 옛 이야기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

 

 

 --------------   ^^*  ------------- **^  -------------++^

 

 

 우리 시에서 동물 이미지는 야생적이거나 하찮은 존재로 그려진다.

이한직의 낙타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 걸어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회초리는 바른 길로 가라는 꾸짖음이다. 망념(妄念)

을 버리고 깨끗한 영혼으로 세상을 견디라는 준엄한 매다. 가슴 깊이

저며 있는 사랑을 감추고 잘못된 순간에 빛나는 매. 마음의 실상에 가

닿게 만드셨던 스승은 그러나 등에 혹을 붙인 쭈글쭈글한 낙타처럼

늙으셨다. 사랑을 베풀고는 추억으로 홀로 봄볕에 기대어 잠기셨다.

잔디 위에 앉아 낙타를 본다.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리고 있었던 아득

한 그리움이 가는 봄 햇살로 저려온다. 회초리, 명치끝을 아리며 온다.

 

<박주택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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