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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리더십/스탠리 월퍼트 지음 한국리더십학회 옮김/544쪽 1만6000원 시학사
파장 무렵의 시골 장터처럼 온통 어수선하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자고 일어나면 온통 ‘죽었다’, ‘죽였다’는 이야기뿐이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제 ‘킬링필드’ 아닌 곳이 없다.
폭력과 테러의 시대를 건너가며, 우리는 다시 간디를 떠올린다. 폭력의 우위가 확연하던 시대의 한복판에서 비폭력의 우위를 몸소 실험하고 또한 그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그의 삶을 떠올린다.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 장, 수건’ 뿐이었던, 그러나 모든 인도인들의 영원한 바푸(아버지) 간디, 그를 추억한다.
묻는다. ‘이 고통받는 세계에 비폭력이라는 좁고 곧은 길 외에는 희망이 없다’는 그의 신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헤 람!” (“오, 신이여!”) 동포가 쏜 총탄에 힘없이 쓰러지며 흘린 이 한 마디는 비폭력에 대한 폭력의 우위를 증명한 게 아닐까? 수년 전 바즈뻬이 수상이 ‘인도가 매우 가공할 폭탄을 갖게 되었으며 핵 보유 국가’라고 선언했을 때, 기실 인도는 이미 폭력의 우위를 선언한 게 아닌가? 지구라는 별 위의 평화란 이다지도 이루기 어려운 난제인가? 피 냄새를 풍기지 않는 평화, 과연 그런 게 있기나 한 것일까?
간디는 말한다. 설사 자신의 삶이 폭력에 대한 비폭력의 우위를 입증하는데 실패한다 할지라도, 수천 수백만의 사람들이 평생 동안 이 진리를 증명하는 데 실패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들의 실패일 뿐 절대 이 영원한 법칙의 잘못은 아니라고. 목적이 선하면 수단도 선해야 한다고. 테러를 테러하는 것은 다만 테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지금까지 간디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좀 특별한 책이다. 워싱턴포스트 선정 ‘올해 최고의 책’답다. 이 책은 힘겹게, 아슬아슬하게 이 폭력의 시대를 건너가는 오늘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이 책의 제목에 내비치는 것처럼, 저자는 간디의 리더십에 초점을 두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숫기 없는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가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초기 사티야그라하 운동으로부터 인도에 대한 영국의 식민지 통치에 저항하는 비폭력 운동에 이르기까지, 삶의 면면을 통하여 보여준 영적 리더십의 전모를 알뜰하게 그리고 있다. 세밀하나 지루하지 않다.
저자 스탠리 월퍼트는 폭력과 테러의 시대를 건너가는 우리에게 특별한 헌신을 보여주었다. 근 50년의 끈질긴 도전 끝에 간디를, 그의 영적 리더십을 우리에게 전한다. 모질고 끔찍한 현실이 우리를 배반한다 할지라도, 이 고통받는 세계에 비폭력이라는 길 외에는 희망이 없다는 간디의 신념을 설득력 있게 재확인하고 있다. 책의 곳곳에 묻어나는 전문가적 안목은, 저자가 인도와 인도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작가와 역사가로서 완숙한 사람이라는 설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성자로서의 간디보다는 대중과 함께 시대의 폭력에 저항하는 역사적인 인간 간디. 인도 국민의 영적 아버지로서의 간디가 그의 관심사다. 그러면서도 비폭력 저항이라는 투쟁의 배후에 놓인 간디의 종교적인 삶을 놓치지 않는다. ‘저항’과 ‘내면’이 하나로 어우러진 간디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생각해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간디의 리더십은 영혼의 힘을 자양분으로 자란다. 영혼의 힘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곧 비폭력 저항이며, 그것은 ‘하나의 조직적인 사랑’이다. 폭력과 테러의 시대를 건너가면서 우리가 다시 간디를 읽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거룡 동국대 연구교수·인도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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