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서해안의 아름다운 보석 변산 산행...|

문근영 2009. 12. 6. 08:25

서해안의 아름다운 보석 변산 산행...supjigi님

   서해안의 아름다운 보석 변 산 산행기

 

회색의 도시를 벗어나 낯선 곳이나 아름다운 산야를 찾으면 천근 같이 무겁던 육신과 정신의 짐이 벗겨지며 홀가분한 기분에 젖어 든다. 알지 못하게 쳐진 어깨와 뒤엉켜 무거웠던 머리와 팍팍한 가슴이 일순간 풀리면서, 이렇게 홀가분하고 자유롭고 즐거운 것을 왜 일찍 벗어나지 못하고 뭉그적거렸을까 하고 후회를 한다. 그래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철이 바뀌거나 새로운 곳이 소개 되면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나 보다.
 

변산은 전라북도 서남쪽에 위치한 삼면이 바다인 작은 반도이다. 예전에는 변산을 우리나라 십승지 중 한 곳이라 했지만 지금은 그 보다 더해 서해안의 보석이라 일컫는다. 예로부터 고기잡이를 생업을 해 왔고 개펄이 많아 염전과 젓갈이 유명하며, 반도 중심부의 산에는 수림이 울창하여 온갖 나물과 약초를 비롯한 임산 자원을 얻을 수 있고, 수량이 많아 농사짓는데 물 부족함이 없어 식량 자급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가 온화하여 좋은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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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원추리가 직소폭포의 푸른물에 머리를 빗고~~~

산과 바다를 포함한 국립공원으로서는 국내 유일한 곳으로 크게 외변산과 내변산으로 나뉜다. 외변산은 채석강, 변산해수욕장, 내소사, 곰소항 등 해안에 인접해 있는 절경들이 많고, 500m 이내의 산들로 이루어진 내변산은 직소폭포, 옥녀탕, 선녀탕, 와룡소, 등의 담과 소 40리의 봉래구곡인 심심유곡의 숨은 비경이 있어 유명하다.

사람들은 변산 하면 외변산을 생각하나 변산의 참 맛을 느껴 보려면 내변산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사계절 정취가 달라서 봄에는 파스텔 같은 연두색 색채의 향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여름에는 우거진 녹음 사이로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과 폭포가 좋고, 가을에는 살색 화감암 봉우리를 감싸는 단풍 또한 어느 산에 못지않을 뿐만 아니라, 겨울이면 우리나라 최대의 적설 지역이어서 전국의 화백들이나 사진작가들이 설경을 소재로 삼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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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세계를 찾는 길은 언제나 청량함 마음이어야 하느니

이렇듯 아름다운 변산의 산과 바다를 고루 찾아보기 위해서는 내소사에서 직소폭포를 거쳐 월명암에서 내변산의 전경을 내려다보고 낙조대를 지나 남여치 매표소로 내리는 것이 좋다. 산행을 마치면 변산 해수욕장 바닷가나 채석강을 둘러보고 술 한 잔으로 피로를 푼다면 이 보다 더 보람된 산행은 전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산행의 어귀는 내소사 일주문이다. 엇비슷 자리하고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울울창창한 전나무 숲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전나무 숲을 벗어나면 하얀 바위봉우리인 관음봉을 둘러 친 내소사가 고색창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무 결에 남아 있는 희미한 단청의 흔적에서 고풍스런 맛을 느낄 수 있다. 턱도 없는 소정방의 이야기를 들이미는 불손한 이야기들이 내소사의 역사에 먹칠을 하고 있지만 차라리 창건 설화나 미완성 단청 이야기나 아름다운 창살문을 눈여겨보고 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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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단장한 아름다운 내소사 창살 무늬                                   칠하다 만 천장의 단청

전에는 내소사 뒤편으로 난 비탈을 타고 청련암을 지나 관음봉으로 올랐지만 지금은 폐쇄되어 내소사를 둘러보고 다시 되돌아 와서 전나무 숲길로 난 청소년 야영장 입구 쪽을 택해야 한다.  


야영장을 지나 비탈이 심한 길을 반 시간 너머 오르면 보기 좋은 관음봉이 하얀 얼굴을 내민다. 산을 향한 능선 길은 흙과 바위와 부서진 자갈길의 감촉이 부드러워서 좋다. 등산로 주변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많아 가끔은 따가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여름철이면 힘든 길이다. 그러나 관음봉이 바로 보이는 너럭바위에 앉아 산자락 아래 펼쳐진 곰소항에서 불어오는 시원 바닷바람을 쏘이는 맛도 좋다.  

비탈길을 돌아 내려 철계단을 타고 오르면 내리막길이 이어 진다. 재백이재 가는 길이다. 재백이재에서 직소폭포로 가는 길은 오른편으로 꺾어 들면 된다. 초여름 가뭄에 물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맑은 물이 흐르고 부드러운 숲 속 길이 평지 같아 아름답고 환상적인 코스다. 비가 온 뒤라면 숲은 하늘을 가리고, 맑은 물은 동무삼아 흐르고, 물소리 새 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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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폭포 가는 길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산행이라기보다 한적한 공원을 걷는 것 같아서 변산 산행 중 가장 행복하고 추억에 남을 만한 곳이다. 숲을 벗어날 때쯤 하늘이 열리며 폭포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이내 하얀 물줄기를 쏟아 내리고 있는 직소폭포가 발아래 보인다. 직소폭포는 옥녀봉, 선인봉, 쌍선봉으로 둘러싸인 봉래9곡의 제 이 곡인 곳이다. 못의 깊이가 30m 정도라니 그 많은 세월동안 떨어져 내린 물에 피멍이 많이도 들었을 것이다. 폭포를 에워 싼 산울림과 시리도록 푸른 물이어서 實相龍秋라고도 한다.

옥구슬 같은 맑은 물이 아름답게 고여 흐르는 선녀탕을 지나면 남색 빛 물위에 계곡의 산 그림자가 거울같이 누워 있는 저수지다. 발아래 찰랑거리는 물이 좋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곳이다. 저수지를 돌아 바위 등에 올라 뒤돌아보면 깊디깊은 물이 속세의 때를 씻어 낼 것 같이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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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으로 물이 말랐지만 아름답기 그지 없는 봉래 구곡,  불행하게도 다녀오고 나 뒤 장마가 들었다.

저수지를 돌아가면 쉼터가 나온다. 자연보호헌장탑이 있는 월명암과 내변산 분소로 갈라진 길이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화단이며 수목들이 운치 있게 어우러져 있다. 부드러운 자연미를 잘라 버린 직벽의 축대가 눈에 거슬리지만 아치형 작고 둥그런 나무다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일행은 월명암을 버리고 내변산 매표소 방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가한 들길처럼 걷기에 좋다. 멋대로 자란 갈대풀과 우거진 숲 사이로 가끔씩 봉래 구곡이 휘어지듯 숨어서 슬금슬금 모습을 비춰 보인다. 예전에는 그림 같은 바위 벼랑들이 푸른 물을 자락에 담고 있어 보기 좋았는데 지금은 자라버린 풀숲에 가려 영 말이 아니다. 구곡을 지나 황량하게 지어진 실상사를 뒤로하고 산굽이를 돌아 서면 내변산 분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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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헌장탑-월명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새로 지은 실상사        감추듯 비쳐 보이는 봉래 구곡들

월명암으로 해서 남여치로 내리려면 헌장탑이 있는 작은 공원에서 가파른 산등을 타고 올라야 한다. 경사가 급한 바위 등을 한 시간 여 타고 올라야 월명암이다. 헌장 탑이 해발 50m이니 월명암 까지 다시 400m 이상을 오르다 보면 쉽게 지치는 길이다. 그러나 왼편으로 보이는 푸른 수림과 오른편으로 보이는 수백 질의 수직 암봉이 보기 좋고 바위 벼랑을 타고 오르거나 널 펀한 바위 등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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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암의 여름 날 (2003. 7월 촬영 사진 사용) 

정상에 오르면 월명암까지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길이이어 진다. 월명암에서 목을 축이고 비탈길을 올라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가면 낙조대다. 서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선운산 낙조대와 함께 서해 낙조로 이름난 곳이다. 시간 맞춰 올라 저녁노을을 바라본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낙조대를 뒤로하고 산허리를 타고 내리면 관음약수터고 여기서 한참이나 더 내려야 남여리 매표소에 닫는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지서리에서 택시를 타거나 한 시간마다 운행하는 내소사 행 군내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산행을 마치고 외변산 팔경인 채석강과 변산 해수욕장을 둘러보거나 몇 년 전 새로 만든 해창만 저수지 둑에 올라 넘실거리는 물에 잠겨 있는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는 것도 예전에는 맛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이다. 또한 요사이는 궁항리에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가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