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와
- 법 정 -
삼십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사람은 죽고 집은 허물어져
마을이 황량하게 변해버렸다
청산은 말이 없고 봄하늘 저문데
두견새 한소리 아득히 들려온다
한떼의 동네 아이들
창구멍으로 나그네를 엿보고
백발의 이웃 노인
내 이름을 묻는다
어릴 적 이름 알자
서로 눈물 짓나니
푸른 하늘 바다 같고
달은 삼경이어라
"나는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열 살 때 집을 떠났다가 서른 다섯에 고향에 돌아오니,
예전의 남쪽 이웃과 북쪽 거리는 모두 밭으로 변해 뽕나무와 보리만 푸르러 봄바람에 흔들거린다.
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허물어진 옛 집의 벽에 회포를 써놓고 하룻밤을 자고 산으로 돌아왔다."
■ 法頂스님
오늘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시는 스님은, 변하지 않는 침묵과 무소유의 철저함으로
이 시대 가장 순수한 정신으로 꼽힌다. 얼마 전 그동안 맡아왔던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와
'길상사' 회주직에서 물러나면서 진정한 수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홀로 있어도 의연하고 늘 한 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스님의 글 속에는 변하지 않는 삶의 진리와
일관된 철학이 담겨 있다.
<버리고 떠나기>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서 있는 사람들> 등 전집 시리즈 외에
영혼을 적시는 수필집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인연 이야기> <산방한담> <텅 빈 충만>
<오두막 편지> <홀로 사는 즐거움> 등이 있다.
<수류화개실 일송정에서 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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