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의 잇몸
분꽃 피는 날 그녀가 집을 나갔다
쥐꼬리 월급으로는 못 살겠다는 그녀 떠난 뒤
석 달 열흘 세수도 안 한 막내아들과
철없는 어린 손주 돌보느라
뒷집 질경이 할머니는
뼈, 마디마디 통증이 깊어졌다
분꽃 피는 날 그녀가 집을 나갔다
쥐꼬리 월급으로는 못 살겠다는 그녀 떠난 뒤
석 달 열흘 세수도 안 한 막내아들과
철없는 어린 손주 돌보느라
뒷집 질경이 할머니는
뼈, 마디마디 통증이 깊어졌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 폐지라도 주워야지.” 라시며
쓰레기더미를 가려내다 골 더 깊어진 손
누군가 한입 베어 먹다 버린 사과의 잇자국에서
자욱한 날파리 떼 털고 있다
깡통 일그러지는 길의 소리가 좋아
꽃대 위로 쌓이는 폐지 더미가 좋아
리어카 바퀴에 일어서는 질경이 할머니
쓰레기더미를 가려내다 골 더 깊어진 손
누군가 한입 베어 먹다 버린 사과의 잇자국에서
자욱한 날파리 떼 털고 있다
깡통 일그러지는 길의 소리가 좋아
꽃대 위로 쌓이는 폐지 더미가 좋아
리어카 바퀴에 일어서는 질경이 할머니
지폐 몇 장 들고 언제 집으로 가시나!
용성자원 사장이 쥐여 주는 하루가
쑥쑥 자라는 손주 녀석 재롱과
목젖까지 내놓고 활짝 웃는 아들 등 뒤에서
그녀, 껴입은 피로를 훌훌 벗게 한다
살금살금 저녁 담장 위를 걸어온 고양이에게
육시랄 이빨 빠진 욕설로
냅다 던지는 먹던 사과의 등뼈
용성자원 사장이 쥐여 주는 하루가
쑥쑥 자라는 손주 녀석 재롱과
목젖까지 내놓고 활짝 웃는 아들 등 뒤에서
그녀, 껴입은 피로를 훌훌 벗게 한다
살금살금 저녁 담장 위를 걸어온 고양이에게
육시랄 이빨 빠진 욕설로
냅다 던지는 먹던 사과의 등뼈
◇문근영= 1963년 대구출생, 효성여자대학교 졸업, 열린시학 신인작품상(15), 눈높이 아동문학상에 동시 ‘눈꺼풀’ 외 15편당선(16),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나무’ 당선(17), 서울문화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18),신춘문예 당선자 시인 선 당선, 금샘 문학상 당선
<해설> 한없이 빠져드는 것이 늪이다. 그 늪을 만난다는 건 어둠이며 절망일 것이고, 아픔일 것이다. 이 없이 잇몸으로 먹는 음식이 살로나 갈까 만 그래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할머니도 자신의 손에 쥔 먹거리를 누군가에게 먹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정광일(시인)-
출처 : 대구신문(http://www.idaegu.co.kr)
<해설> 한없이 빠져드는 것이 늪이다. 그 늪을 만난다는 건 어둠이며 절망일 것이고, 아픔일 것이다. 이 없이 잇몸으로 먹는 음식이 살로나 갈까 만 그래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할머니도 자신의 손에 쥔 먹거리를 누군가에게 먹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정광일(시인)-
출처 : 대구신문(http://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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