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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 김 응

문근영 2019. 3. 21. 09:02

틈 

김 응


책장에서 폼만 잡는 책들을 빼고 나니

빽빽하고 꼿꼿하게 서 있던 책들 사이에

틈이 생겼다


어떤 책은 다른 책에 기대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옆자리를 채울 책을 기다리기도 하겠지

가끔은 바닥에 엎드려 낮잠을 자는 책도 있겠지

그 틈에 글자들은 책 밖으로 나와

책과 책 사이를 걷기도 하고 뛰놀기도 하겠지

내 마음에도 닿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겠지


(동시마중. 2018년 7·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