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진정한 야생을 만끽하는 시베리아

문근영 2019. 2. 1. 02:26

진정한 야생을 만끽하는 시베리아



최기순 감독과 떠나는 캄차카 반도

서쪽으로는 오호츠크 해, 동쪽으로는 베링 해와 태평양을 낀 러시아 캄차카 반도. 캄차카는 화산의 땅이다. 지금도 계속되는 화산 활동으로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캄차카 화산군은 1996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다. 이곳은 간헐천의 온천수와 증기가 폭발하듯 위용을 과시하고 있고 이런 화산의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야생의 땅, 시베리아! 여행을 시작한 건 1997년 4월이었다. 1년간의 여정으로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을 출발해 캄차카의 관문인 옐리조보 공항까지 3시간 30분 걸린다.
4년 전만 해도 러시아는 비자를 받고 3일 이내에 주거 등록을 해야 하며 정부가 지정한 호텔에서 숙박해야 했다. 3일 이내에는 다시 지정된 호텔에서 숙박해야 해 불편함이 컸다. 비자가 사라진 지금은 입국 날로부터 주말을 뺀 7일 이내에 지정된 호텔에서 숙박하면 된다. 어쩌면 불편함이 자연유산을 지킬 수 있었던 방법 중 하나였을 것 같다.
원시 그대로 대자연을 간직한 무트노부스키

캄차카 반도 무트노브스키(Mutnovsky) 산은 성층 화산이며, 유황이 분출되는 활화산이다. 무트노브스키 산에 가기 위해서는 옐리조보 공항에서 30분 거리인 파라툰카 온천 지역에서 숙박하고 툰드라와 협곡을 다닐 수 있는 개조된 러시아 우랄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파라툰카 온천 지역에서 베이스캠까지 거리는 120km이지만 협곡은 길이 험하고 만년설과 기후에 따라서 길이 바뀌는 현상이 있어 3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무트노부스키 베이스캠프는 자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생의 땅이기 때문에 텐트의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오지 캠핑 경험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텐트를 설치했던 장소에 텐트를 치면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야간에 모닥불을 지피고 행복한 분위기 속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장작도 챙기면 좋다.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고 싶다면 여명이 트는 시간에서 태양이 빛을 뿜는 시간까지 같은 장소에서 앉아서 따듯하고 진한 커피를 마시자. 저녁에는 태양이 넘어가는 곳을 찾아서 향기 좋은 시베리아 야생차를 마시며 은하수가 속삭일 때까지 누워서 우주여행을 하면 자연의 신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만년 설원을 걷다

툰드라에는 길이 없으니 길을 정하지 말고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는다면 그 길이 천국이다. 걷다 보면 자연이 먼저 말을 건다.

“어디서 왔어요?”

“목 마르세요? 그럼 앉아보세요.”

길가에 앉았더니 걸을 땐 보이지 않던 블루베리가 가득하다. 야생 블루베리를 한 줌 따먹고, 툰드라에 엎드려서 목마름을 채운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무트노부스키 만년설에서 녹은 물은 대자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푸른 이끼가 있는 작은 물줄기를 따라 내려 가다 보면 생명을 안고 있는 자연 노천탕이 많다. 걸친 모든 것 벗어버리고 툰드라의 불곰처럼 맑은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 마음을 비우고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 모두 내 것이다.

툰드라에 피어오른 야생화가 다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방을 열어 화산재와 돌 틈 야생화가 가득한 공간에 도시락을 펼치고 툰드라의 향기를 담아 먹으면 좋다. 저녁엔 준비한 장작을 피우고 러시아 전통 빵을 얇은 조각으로 잘라서 연어 알과 채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샤슬릭(전통요리)을 장작에 구워 먹으면 툰드라에 있다는 게 더욱 실감 난다.

셔터를 누른다. 시베리아 방식대로 살면서, 자연의 향기를 가득 마시고 카메라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서는 일, 작가로서 가장 큰 행복이다. 뷰파인더 너머에 향기 가득한 툰드라 자연이 들어왔다.

최기순, 다큐멘터리 감독 20년 전 파푸아뉴기니, 아마존 강, 오세아니아 최고봉 카르스텐스(Carstensz) 등정, 남극점(s90) 도달, 극지와 오지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20년을 시베리아 땅에서 살다가 지금은 사진 작업 이외는 홍천에서 지낸다.

출처 : <아웃도어 뉴스>, 글 사진=최기순


출처 : 댕견 그리고 우리
글쓴이 : 카페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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