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자전거 길이 생겨나 여행하기 좋은 강축 해안도로
큰 마을과 최단거리 위주로 조성되어 동해의 진풍경과 다소 먼 곳이 많은 7번 국도. 이와 달리 강축 해안도로는 짙푸르고 깊은 동해·작은 백사장·예쁜 등대·소박한 포구를 품은 어촌 마을 곁을 지난다. 정겹고 빼어난 경관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동해 해안도로가 많지만, 자전거 여행자에게 강축 해안도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고맙게도 해안가 차도 옆에 자전거 도로가 생겨서다.
게다가 차량 통행이 잦지 않고 대부분 관광길이어서 자동차도 천천히 지나기 때문에 안전하고 여유롭게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정답고 아름다운 동해안 풍경을 실컷 눈에 담으며 해안가를 달렸다. 예상치 못했던 오르막길이 동해 파도처럼 밀려 왔지만, 에메랄드빛 바다가 내내 옆에 있어 주어 힘든 줄 모르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 주요 자전거 여행길 : 강구역 - 강구 시장(오일장) - 강구항 - 해안도로 - 해맞이공원 - 축산항 - 강구역 혹은 강구 시외 버스 터미널(편도 약 22km)
닷새장과 대게마을을 품은 영덕 강구항
대게가 많이 나는 지역이다 보니, 재밌게도 열차에 큰 대게가 그려져 있다. 강축 해안도로 여행을 한층 즐겁고 흥미롭게 해주었다. 머지않아 강원도 삼척까지 기찻길이 이어진다니 동해안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겠다.
승차가 허용되는 접이식 자전거 외에 일반 자전거는 앞바퀴만 빼면 열차에 실을 수 있다고 역무원이 알려줬다. 자전거 앞바퀴는 바퀴 중앙에 있는 작은 레버를 조정해 탈착이 손쉽다. 강축 해안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그어진 건 신설 동해선 열차 덕택이다. 부산 부전역에서 포항역까지 열차를 타고 온 자전거 여행자 아저씨와 함께 강구역행 열차를 탔다.
시장통 안 작은 식당들마다 물회, 물가자미찌개, 도루묵찌개, 물곰해장국 등을 먹을 수 있다. 동해안에선 곰치라는 물고기를 물곰이라 부른다. 물메기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물가자미는 영덕에서 대게만큼이나 많이 나는 물고기로 축산항에선 매년 '물가자미 축제'도 열린단다. 큰 말벌집을 약용으로 파는 노점이 눈길을 끌었다. 오일장터에서 만날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다.
대게는 금어기(6~11월)가 풀리는 초겨울부터 잡기 시작하지만, 3~4월 이 맘 때가 속살이 꽉 차고 향이 진한 때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대게 모양으로 만든 빵집도 있는데, 다른 동네에도 많은지 프렌차이즈로 운영 중이다.
매년 4월 '영덕 대게 축제'가 벌어지는 동네답게 항구 외에도 대게 마을, 커다란 대게 조형물이 서 있는 바닷가 해파랑공원 등을 품고 있다. 강구항은 자연스레 강축 해안도로와 이어지는데 차도 옆 보행로 겸 자전거 도로에 김처럼 까만 미역들이 들어서 있다. 도시였다면 당장 민원이 발생했겠지만 이곳에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해안도로 옆에 이어진 미역 말리기는 오히려 진풍경에 가까웠다.
낫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 미역을 캐는 영덕 해녀
이 맘 때가 제철이라는 미역은 김처럼 양식 재배하는 줄 알았다. 강축 해안도로 옆에 까맣게 도열한 많은 미역들은 마을 사람이 직접 캔 것이었다. 캔 사람은 다름 아닌 해녀. 제주도에 가서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해녀들이 영덕의 바닷가를 따라 물질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해녀를 기다리는 아저씨들 모습이 영락없는 제주 섬 풍경이었다.
영덕 해녀는 낫을 들고 잠수해 바닷가 물속에 자라난 해초 가운데 미역을 골라 베어온다. 봄 햇살에 말리면 '자연산 돌미역'이 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며 말을 붙이는 내게 해녀 할머니, 아주머니마다 먹어보라며 미역을 입에 물려주었다.
오르막길 끝에 오르면 전망 좋은 쉼터 '해맞이공원'이 여행자를 맞는다. 동해가 한 눈에 펼쳐지는 게 일출 명소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전세버스를 타고 온 단체 여행객, 자전거 여행자, 영덕 블루로드를 걷는 도보 여행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있다.
새파랗게 물든 바다 위로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졌다. 동해가 선사한 마음이 탁 트이는 장쾌한 광경에 자꾸만 눈길이 머물렀다. 이 공원의 상징은 대게가 휘감고 있는 '창포말(창포리 마을) 등대'. 등대 너머 축산 쪽으로 굽이치며 펼쳐진 해안의 바위 경치가 멋지다. 산책로를 따라 절벽 밑 바닷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곳을 지나는 자전거 여행자들은 해안도로 양편을 지나칠 때마다 묵례를 하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인사를 한다. 힘든 오르막길을 여러 차례 달리다 보니 저절로 동료 의식이 생긴 듯하다. 장쾌한 동해, 방파제 끝 작은 등대 아래서 낚시를 하며 며칠간 묵고픈 정다운 어촌마을, 함께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있어 해안가 오르막길이 덜 힘들었다.
해안가 이름이 없는 게 자연스러울 작은 해변들은 자연이 선사한 좋은 쉼터였다. 백사장에 주저앉아 물을 마시며 감상한 부드러운 파도소리는 아직도 귀에 선하다. 분주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아 좋은 봄 바다였다. 대게 원조 마을이라고 하는 차유 마을에 들어서니 저 앞에 축산항의 높다란 등대가 보였다.
축산항은 관광지가 된 강구항과 달리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고요한 포구다. 어선 주변에 앉아 있는 갈매기들 모습이 한갓지고 평화롭기만 하다. 특이한 항구 이름에서 보듯 주변에 작은 산들이 솟아있다. 풍광 좋은 전망등대와 산책로가 있는 죽도산(대밭산·87m), 봉수대가 있는 대소산, 포구 남쪽에 자리한 말미산에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을 준다.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28일에 다녀 왔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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