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슬픔(외 1편)
신용목
뱀은 모르겠지, 앉아서 쉬는 기분
누워서 자는 기분
풀썩, 바닥에 주저앉는 때와 팔다리가 사라진 듯 쓰러져 바닥을 뒹구는 때
뱀은 모르겠지,
그러나 연잎 뜨고 밤별 숨은 연못에서 갑자기 개구리 울음이 멈추는 이유
뱀이 지나가듯,
순식간에 그 집 불이 꺼지는 이유
—《시로 여는 세상》 2015년 여름호
우리 모두의 마술
삼성역을 나왔을 때
유리창은 계란 칸처럼 꼭 한 알씩 태양을 담았다가 해가 지면 가로등 아래 깨뜨린다.
그러면 차례로 앉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싱싱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스스로 높이를 메워버린 후 인간은 겨우 추락하지 않고 걷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날개 때문에 지하철을 만들었다고……
삼성역 4번 출구 뒷골목을 걷다가 노란 가로등 아래를 지나며 울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유리창에 비친 뺨을 벽에다 갈며 지하철이 지나간다. 땅속의 터널처럼, 밤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이라면 가로등은 끝나지 않는 창문이라고……
냉장고 문을 닫아도 불이 켜져 있어서 환하게 얼어 있는 얼굴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문학》 2015년 봄호. (부분)
<2015년 제15회 노작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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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바람의 백만 번째 어금니』『아무 날의 도시』.
[독서신문 2015-08-12]
화성시가 주최하고 화성시문화재단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하는 제15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신용목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우리 모두의 마술」 등 5편이며 상금은 2,000만원이다.
심사를 맡은 노작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신용목의 최근 시편은 삶의 구체성과 그 구체적인 것들이 늘 관계적 그물망에 걸려 있다는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며, 분열과 유목 대신 타자의 목소리를 통해 심미성과 현실 연관성을 통합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 「우리 모두의 마술」은 깊은 상처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삶과 시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마술’이라는 은유로 이어 나가고자 하는 미학적 고투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용목 시인은 1974년 태어나 2000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등이 있으며,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白潮(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露雀) 홍사용(洪思容. 1900-1947)’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한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제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김경미, 김신용, 이문재, 이영광, 김행숙, 김소연, 심보선, 이수명, 손택수, 장옥관 시인이 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10월 9일 제4회 노작문학제 기간 중 노작문학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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