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서 / 문효치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해 어스름, 구름 뜨는 언덕에
너를 기다려 서겠노라.
잎 트는 산가(山家), 옹달샘 퍼내가는 바람아.
알록알록 색실 내어
앞산 바위나 친친 감고
댓가지 풀잎에 피리 부는 바람아.
꿈꾸는 이파리의 아우성을
하늘에 대어 불어놓고
보일 듯 말 듯 그림 그리어
강물에 풀어가는 색(色)바람아.
감기어라 바람아, 끝의 한 오라기까지와
기다리며 굳은 모가지에 휘감겨
네 부는 가락에 핏자죽을 쏟아 놓아라.
허물리는 살빛을
색(色)바람아 감고 돌아
네 빛 중(中) 진한 빛의
뜨는 달의 눈물을 그려봐라.
너를 기다려 어두움에 서겠노라.
어디선가 맴도는 색(色)바람의 울음아.
♣ 문효치(1943~ ) 시인. 1966년 서울신문ㆍ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연기 속에 서서』『무령왕의 나무새』『백제의 달은 강물에 내려 출렁거리고』『백제 가는 길』『바다의 문』『선유도를 바라보며』『남내리 엽서』『계백의 칼』『왕인의 수염』『칠지도』『별박이자나방』 외 공저 다수. 『문효치 시전집』 간행.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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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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