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2013 중앙시조대상>

문근영 2018. 10. 23. 03:29

<2013 중앙시조대상>

 

오래된 시장 골목

 

   박명숙

 

 

 

누구는 호객하고 누구는 돈을 세는

 

양미간이 팽팽한 노점 앞을 지나는데

 

꽃집의 늦은 철쭉이 여벌옷처럼 펄럭인다

 

가끔씩 여벌처럼 세상에 내걸려서

 

붐비는 풍문에나 펄럭대는 내 삶도

 

마음이 지는 쪽으로 해가 지듯, 저물 것인가

 

퍼붓는 햇살까지 덤으로 얹어놓아도

 

재고로만 남아도는 오래된 간판들을

 

쓸쓸히 곁눈 거두며 지나는 정오 무렵

 

 

 

                          — 《유심》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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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 pms5507@hanmail.net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중앙일보〉신춘문예 시조, 1999년〈문화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은빛 소나기》.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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