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2012년 시조문학 여름호 신인상수상작및 심사평

문근영 2018. 9. 11. 02:37

시조문학 신인상 여름호


축령산의 봄

            김 선 옥

꽃햇살 무동 태운
잔설밭 편백숲에
나비춤 아지랑이
귀엣말 퍼나르면
봄소문
귓불에 닿아
움찔움찔 떠는 숲.

돌돌돌 옹아리에
얼음장도 잠을 깨고
봄하늘 나뭇가지
흰구름도 품어 안네
누굴까
저 불쏘시개
처음으로 지피는 이.

* 축령산 : 전남 장성에 있는 산, 편백숲이 유명하다.



낙엽

              임 정 수

지난 날 거칠게도 내뿜은 숨결들이
푸르른 잎새에다 고운 빛 옮겨놓고
지친 삶 가을을 얻어 여기 쉬고 있어라.

하늘에서 돌아오는 사려 깊은 갈바람이
지나 간 삶의 허물 들추어 버린대도
빠알간 그리움만이 헛되이지 않았다.

심사평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신록이 짙은 여름이다.
꽃이 진 후 그 자리에 초록 열매들이 착과되듯 한 편의 작품의 탄생도 꽃떨림 같은 내홍을 겪은 후에야 산고처럼 빚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열매를 키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유기물을 넣은 토양 관리와 빛과 바람과 수분의 조화가 필요하듯 문학도로서의 피나는 자기 연마의 절차탁마가 요구될 것이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습작과정의 연마와 수련이 훌륭한 시인으로서의 자질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정형시로서의 주형의 틀에 감성을 녹여내는 한 편의 작품 생산의 과정은 치열한 문학정신이 더욱 요구되는 장인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하여 본다.
긴장과 절제와 담금질로 명징한 이미지를 엮어내는 시적 기량은 신인이 갖추어야할 자세요 빛과 바람과 단물이 스민 가을로 가는 성과(成果)의 과정이라 나름대로 유추하여 본다.

김선옥 님의 <축령산의 봄> 작품은 절제된 언어로 시상을 가다듬어 표출한 비교적 안정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겨울 끝자락, 봄이 오는 길섶에서 먼 추억들을 상기하며 아직도 마음자락에 아지랑이로 오는 그리움을 축약과 가락을 살려 참신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무동, 귀엣말, 옹아리, 불쏘시개 등 해옥(海玉) 같은 시어들을 적재적소에 심어놓은 솜씨 또한 오랜 내공 거친 기량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다.
시에서는 가끔 방언 및 띄어쓰기를 무시할 경우도 있지만 옹알이를 옹아리로 표기 하는 등 문학의 기본인 맞춤법에 더욱 유념하기를 바라며 또한 굳이 아쉬움을 이야기 한다면 조금은 서툴더라도 신인으로서 요구하는 패기와 참신성 및 거듭나는 실험정신을 더욱 갖추었으면 하는 당부를 드려 본다.

임정수 님의 <낙엽>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 들었다.
이 작품 또한 시조의 기본형식에 충실한 정형의 미학을 살린 작품으로서 탄탄한 구성력에 점수를 주는 반면 신인으로서의 끈 풀어진 활시위 같은 긴장감의 결여가 미진함으로 남는다.
조금은 오만하고 도도한 시적 자세가 스스로 갇혀있는 기성시인들과의 답습에서 일탈할 수 있는, 신인으로서의 최대한의 병기를 활용할 기회를 상실하지 말기를 두 분께 다시 한 번 바라는 마음이다.
두 분의 당선을 축하드리며 더욱 정진 있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김 준, 장지성, 조주환, 김석철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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