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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임금은 신하를 옳게 발탁해야 / 박석무

문근영 2018. 3. 2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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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신하를 옳게 발탁해야


세상일에 믿음이 없고서는 되는 일이 없음은 재언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통합이 이룩되고 상하가 소통하고 이웃끼리 굳게 결속하려면 더더욱 상호간의 믿음만이 그런 역할을 해줍니다. 임금 정조대왕과 신하 정약용이 서로 인정해주고 믿어주던 역사적 사실을 점검해보면, 그래서 정조의 치세가 있었고 국운의 흥성이 있었던 것인가를 금방 짐작하게 됩니다.

28세에 문과급제로 벼슬길에 오른 다산은 곧바로 초계문신에 발탁되어 정조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큼 절대적 신임을 받는 신하가 됩니다. 『대학강의』라는 저서를 올려 바쳐 정조의 극찬을 받았고, 한강의 배다리(舟橋)를 설계하여 참모의 구실을 제대로 하던 때입니다. 그 다음 해가 정조14년, 1790년으로 다산의 나이 29세 때의 일입니다. 그 해에 다산은 예문관 검열이라는 한림학사에 오르며 재주를 한껏 자랑하며 학문과 능력으로 펄펄 날던 때가 그때입니다. 그때는 수시로 규장각에서 신하들을 시험하는 행사가 열렸는데, 어느 날 밤에 다산을 찾은 규장각의 아전이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논어』를 암송하는 시험이 있는데 임금의 명령이라면서 다산이 외울 장(章)을 가르쳐주었다는 것입니다. 다산은 깜짝 놀라며 어떻게 내일 암송할 부분을 미리 알게 해주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펴보지도 않고 『논어』 전체를 밤새우며 암송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시험장에 나가보니 임금의 특별 명령으로 정약용의 암송 부분은 바꿔서 출제하라고 명령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실하고 얌전하던 정약용은 평소의 실력으로, 어제 저녁 예습했던 대로 그냥 줄줄 암송했답니다. 그러자 임금이 웃으면서, “과연 전편을 읽었구나!”라고 말하며 믿음직스러운 정약용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신하로 점찍게 되었다는 일화입니다. 다산 자신이 자신의 자서전격인「자찬묘지명」에 자세히 기록한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임금은 신하를 등용하려면 온갖 방법으로 검증하고 살펴보아 참으로 믿고 부릴 수 있는 신하를 발탁해야 합니다. 인연이 있다고, 동문이라고, 전에 같은 직장에서 일했다고 그냥 발탁해서 마구 등용하다보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문과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고 믿던 정약용이었지만, 그래도 더 믿으려고 시험해보던 정조의 용인술(用人術)이 바로 오늘에 요구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정조와 다산이 그립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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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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