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구름
나희덕
플루토늄,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구름은 이제 이런 원소들로 만들어집니다.
구름 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클라우드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구름의자에 앉아보십시오.
당신은 비행기 대신 구름을 타고 여행하게 될 것입니다.
나일론 섬유로 만들어진 구름은
당신을 아주 멀리 데려다줄 것입니다.
다만, 목적지의 방향과 속력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오로지 바람에 달려 있으니까요.
우리의 운명을 우리도 어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북서풍이 불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8시 방사능 수치 1.67마이크로시버트,
어제 저녁보다는 조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재앙은 전깃줄을 따라 퍼져가고
소문은 가스관, 상하수도관, 지하도마다 창궐합니다.
기형아가 태어나고
네모난 해바라기 꽃이 피어나고
머리가 둘 달린 돌고래가 해변으로 떠밀려 오고
그래도 LED 불빛 아래 채소들은 초록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구름기둥,
저 구름의 제조권은 누가 갖고 있습니까?
하늘에 새를 심었습니다.
이제 새들은 하늘 밖으로 날아갈 수 없습니다.
희고 부드러운 구름에 갇혔습니다.
—《문학과 사회》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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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야생사과』『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시선집 『그녀에게』.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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