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어록청상] 35. 마음 속의 병통
일찍이 선현의 글을 보니 스스로 마음에 병이 있다고 한 것이 많았다. 처음엔 자못 의심스러웠다. 근래 들어 점차 이를 따져 보았다. 대개 보통 사람들은 어지러워 일찍이 점검하고 살펴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비록 천 백 가지 병통이 있는데도 딱히 집어낼 만한 것이 없는 듯이 군다. 비유컨대 미친 사람의 마음 속에 짓눌린 근심이 아예 없는 것과 같다. 이는 비추어 살피는 공부가 지극하지 못한 까닭이다. 우리들이 진실로 마음을 다스리는 학문에 마음을 쏟는다면 마음 속에 허다한 병통이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주자는 “이 같은 것이 병통임을 안다면,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약이 됨을 알아 바야흐로 맹렬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학자가 마음에 병이 있는 경계에 이르지 않고서야 어찌 이치가 순탄하고 기운이 조화로운 광경을 얻겠는가? 마땅히 부지런히 따지고 살펴야 할 것이다.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9-102
嘗見先賢文字, 多自稱有心疾. 始頗致惑, 近漸思之. 蓋衆人汨亂, 不曾點檢探察. 故雖有千病百痛, 看來都無可捉. 比如狂人心內, 都無憂患纏繞. 卽其照察之功未至也, 吾人苟留意治心之學, 便覺心內有許多病痛. 朱子所云知如是病, 便知不如是爲藥, 方得猛下工夫. 學者未到有心疾地界, 如何得理順氣和的光景. 當慥慥乎探察也.
내 안에 큰 들보가 있어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겁다. 잠깐만 돌아봐도 가슴이 철렁하고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늘 전전긍긍하며 가슴 위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만 같다. 미친 사람은 늘 히죽히죽 웃는다. 세상에 근심 없는 사람은 그밖에 없는 것 같다. 과연 그는 깨달은 사람인가? 하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다. 그 산더미 같은 마음의 병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히히덕거릴 수가 없다. 공부는 내 마음 속의 병통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것을 찾아내서 하나하나 점검하고 살펴서 낱낱이 걷어내는 절차다. 그래서 마침내 툭 터져서 아무 걸림이 없게 되는 단계를 목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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