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2018년《세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 돋보기의 공식/우남정

문근영 2018. 1. 1. 23:57

-돋보기의 공식/우남정-

 

 

접힌 표정이 펴지는 사이, 실금이 간다


시간이 불어가는 쪽으로 슬며시 굽어드는 물결
무심코 바라본 먼 곳이 아찔하게 흔들리고 가까운 일은 그로테스크해지는 것이다


다래끼를 앓았던 눈꺼풀이 좁쌀만 한 흉터를 불쑥 내민다 눈꼬리는 부챗살을 펼친다 협곡을 따라

어느 행성의 분화구 같은 땀구멍들, 열꽃 흐드러졌던 웅덩이 아직 깊다


밤이라는 돋보기가 적막을 묻혀온다 달빛이 슬픔을 구부린다 확실한 건 동근 원 안에 든 오늘뿐,

오무래미에 샛강이 흘러드는 소리, 쭈뼛거리는 머리카락이 먼 소식을 듣고 있다 몰라도 좋을 것까

지 확대하는 버릇을 나무라지 않겠다


웃어본다 찡그려본다 쓸쓸한 표정을 지어본다
눈(目)에도 자주 눈물을 주어야겠다고,
청록 빛 어둠이 내려앉는 저녁
지금 누가 나를 연주하는지
주름이 아코디언처럼 펴졌다 접어진다


분청다기에 찻잎을 우리며
실금에 배어드는 다향(茶香)을 유심히 바라본다


먼 어느 날의 나에게 금이 가고 있다
무수한 금이 금을 부축하며 아득히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우남정 시인 약력>>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18년《세계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출처 : 문근영의 동시나무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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