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여론조사를 해보면 자영업자들은 임금근로자들에 비해서 분배보다 성장 정책을 더 지지하고,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인 편이다. 또한 자영업자들은 경제활동지역과 주거지역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경제발전에 관심이 많고 우리나라처럼 소선거구제도에서는 사회적 비중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도 큰 편이다.
우리나라의 비농림부문 자영업자(자영업주+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은 29%로 미국 6.6%, 영국 11.7%, 프랑스 6.8%, 독일 10%, 스웨덴 8.8%, 일본 12.3%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농림부문을 포함한 전산업 자영업자 비율은 2005년 한국이 33.6%로 OECD 국가들 중 우리처럼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36.4%), 멕시코(35.7%), 이탈리아(27%), 포르투갈(25.8%) 정도이며 서구 선진국들의 자영업자 비율은 대개 우리보다 훨씬 낮다.
영세 자영업자의 과당경쟁, 구조조정의 산물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발전단계, 노동분배율, 소득격차, 임금근로자의 직업만족도, 실업률, 사회복지 및 조세제도, 문화적 요소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자영업자 비율이 외국에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비농림부문 자영업자 수는 외환위기 직후 잠시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1990년 이후 계속 증가해, 비농림부문 자영업자 비율이 1990년 27.9%에서 2004년 29%로 1.1% 포인트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최근 높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외환위기 이전의 조사를 보면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사이에 직업만족도 차이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의 조사에서는 인적 특성, 산업, 직업 등의 차이를 통제한 상태에서 자영업자의 직업 만족도가 임금근로자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내수경제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들보다 어려움을 더 많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소득은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보다 높지만, 2006년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인 비율이 임금근로자 26.6%, 자영업자 37.8%로 자영업자들의 빈곤 문제가 임금근로자들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들보다 더 장시간 일을 하고 있고 경기변동에 더 민감하며 소득 변동도 더 크고 가계의 재정상태도 더 불안정한데, 특히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었다.
선진국에서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고 자금 제약이 완화되는 호경기 때 자영업이 증가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실업률이 높은 불황 때 오히려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저학력 자영업자일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전문서비스직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 생산성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에 집중되어 있어 경쟁이 치열하고 생산성도 낮은 편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자영업의 문제점은 사업기회 실현을 목적으로 한 자발적 창업인 기회형 창업 비율이 낮은 반면,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창업하는 생계형 창업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채 대량실업자가 발생하자 준비가 부족한 영세 자영업자가 확대되었다. 그 결과 대기업들의 효율성은 개선되었는지 모르지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된 인적, 물적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자영업부문으로 몰려들어 국민경제의 자원배분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구조조정의 역설' 현상이 발생했다. 더욱이 생계형 자영업 창업 증가는 내수경제가 침체된 상태에서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자영업자 소득을 떨어뜨려 양극화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국민경제의 효율성 높이려면 사회안전망 필요 2006년부터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제도 임의가입이 허용되었지만, 임의가입 제도의 한계로 실제로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며, 가입해도 교육·전직훈련 혜택만 있지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다. 영세자영업자들은 임금근로자들보다 빈곤과 소득불안정 문제가 더 심각하고 직장이동에 대한 전직훈련 등 사회안전망 서비스도 가장 필요한 계층인데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같이 저생산성부문에서 고생산성부문으로 자원을 이동시키는 구조조정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임금근로자 위주로 짜인 고용보험제도를 개선해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를 모두 포괄하는 보편적 사회서비스 제도로 재편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장원리에만 의존해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오히려 효율성과 양극화를 모두 악화시키는 시장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조조정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구조조정의 역설' 현상을 완충하는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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