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편지

[스크랩] [우리말편지] 패러다임

문근영 2017. 11. 27. 05:23





아름다운 우리말

2017. 11. 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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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일어난 지진의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합니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걱정입니다.

어제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지진 때문에 수능시험을 미룬 것을 두고 우리나라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동안은 다수와 효율성을 중시했는데, 이제는 소수나 약자와 안전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죠.
수능시험을 미룬 일 하나만 가지고 우리나라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좀 이르지만,
그분의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패러다임은 paradigm입니다.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뜻합니다.
딱히 우리말로 바꾸기가 마땅치 않아서 외래어를 그냥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우리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패러다임을 어떤 한 낱말로 바꾸기보다는 풀어서 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보다는 '발상의 전환'이나 '시각의 변화' 정도가 어떨까 생각합니다.

아침에 KBS뉴스를 보는데 자막에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는 자막이 보였습니다.
'더'는 동사 위에 얹혀서 '계속하여', '거듭하여'나 '그 위에 보태어'처럼 쓰는 부사입니다.
'이상'은 "예상 밖으로"라는 뜻을 지닌 부사입니다.
그래서 '더'와 '이상'을 같이 쓰면
"계속해서 예상 밖으로"라는 뜻이 될 겁니다. 뭔가 좀 어색합니다.

저라면 '더는'을 쓰겠습니다.
'더는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로 쓰는 거죠.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지진이 없고,
이번 지진 때문에 일어난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피해도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11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시합과 겨루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아들 녀석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아침에 아들이
"아빠, 우리 시합하면서 가요!"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아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즐겁게 일터에 나왔습니다. ^^*

흔히
운동이나 그 밖의 경기 따위에서 서로 재주를 부려 승부를 겨루는 일을 '시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일본말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겨루기'로 다듬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
아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누가 빨리 가나 시합하면서 일터에 나온 게 아니라,
누가 잘 타나 겨루면서 일터에 나왔습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아침에 받은 좋은 편지가 있어 함께 읽고자 합니다.



[저기 우리 어머니가... ]


오래 전 시외버스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것은 불과 10여 분 안팎의 일이었습니다.
만원버스도 아니었고 정류장마다 멈추는 시간이
그리 철저히 지켜지던 때도 아니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엔진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승객 중 한 사람이 버스를 타려는
사람을 발견하고 말 했습니다.

"저기 웬 할머니가 오십니다."

버스 기사가 바라보니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한 할머니가 무언가 머리에 인 채 버스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어서 출발합시다!"

"언제까지 기다릴 거요?"

버스에 타고 있던 어떤 승객이 바쁘다면서
서둘러 떠나기를 재촉했습니다.
그러자 버스 기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기, 우리 어머니가 오십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가시지요?"

승객은 할 말을 잃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창가에 앉았던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버스에서 내려 할머니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승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버스 밖으로 모아졌습니다.

머리 위의 짐을 받아든 청년은
할머니의 손을 부축하여
잰걸음으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와 청년이 버스에 오르는 순간
승객 중 누군가가 박수를 치자 마치 전염된 듯
너나없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그 할머니는 버스 기사의 어머니도...
청년의 어머니도... 아니었습니다!

- 새순 (새벽편지 가족) -


거친 손... 따뜻이 잡아 드리고
깊은 한숨 헤아려드리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 어머니, 사랑합니다. -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jhsung@korea.kr이며, 전화는 010-3338-1867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은 urimal123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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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신의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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