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발푸르기스의 밤 / 김예강

문근영 2017. 10. 31. 12:35

발푸르기스의 밤

 

김예강

 

 

  푸른 보자기를 하나씩 덮고 자던 밤이 있다 보자기의 네 귀를 누구든 팽팽히 잡아당기고 있어야 했다 한 쪽이 결리는 어깨가 있었다 한 사나이는 밤새 의심을 한다 귀와 귀 사이 별을 떼내다 잠이 든다 별 하나를 떼내면 별 하나가 새로 돋는 밤 오늘 밤 날지 못하면 영원히 날지 못하리* 새해 첫날 접시를 깨뜨린 후 깨진 접시의 조각을 지붕 위에 깐 적이 있다 누군가를 밤새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달의 귀들이 자라서 붉은 항아리가 되는 밤이 있다 폭죽이 터지는 붉은 밤 바닥은 뿔이 났고 새의 귀들은 커졌다 꽃이 검은 옷을 입었던 밤이 있다  붉은 해가 삼일 낮과 삼일 밤을 기웃거렸다

 

*뮤지컬 사춘기에서

 

----------------------------------------------------------------------

시집 『고양이의 잠』 2014년 / 작가세계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