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궁궐·왕릉, 돈으로 매겨보니 '억 소리' 나네
1,220억 경복궁서부터 700만 원대 영빈 묘까지…
화재 복원비로 값 매겨… 연산군 묘, 왕릉中 최저가
부속 건축물 많을수록 가격은 더욱 높아져
조선 태조 이성계의 무덤이 있는 동구릉의 가격은 41억 원이고, 세조의 무덤인 광릉은 6억 8,000여만 원이며, 연산군 묘는 1억 7,000여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의 궁궐 중에는 경복궁이 1,220억 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처럼 궁궐과 왕실의 무덤에도 가격이 매겨져 있다.
문화재청이 국회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에게 제출한 문화재 국유 재산 대장 가격 자료에는 조선의 4대 궁궐과 능 23기에 대한 평가 가격이 담겨 있다. 건축물만 계산한 것으로 땅값은 제외된 금액이다. 건축물이 화재 등으로 모두 파괴되었을 경우 복원에 드는 비용, 그게 바로 궁궐과 능의 가격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가격을 기록했는데 해마다 물가 상승 비율만큼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우선 능의 경우 45억 2,852만 원부터 794만 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최고 비싼 능은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에 나란히 붙어 있는 홍릉과 유릉이었다. 홍릉은 제26대 왕 고종과 명성황후 민씨의 합장 무덤이며, 유릉은 고종의 아들인 순종과 순명효황후 민씨와 계비 순정효황후 윤씨 등 세 사람을 합장한 무덤이다. 이들 부자(父子)의 무덤은 1970년 5월 26일 사적 제207호로 함께 지정됐다. 홍·유릉에는 무덤 아래쪽에 침전(寢殿)이 있고 비각, 홍살문, 수복방 등 부속 건축물이 많아 가격이 높게 평가되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품격에 따라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 왕의 생모·왕세자·빈의 무덤은 '원', 대군·공주 등의 무덤은 '묘'로 구분하여 불렀다고 한다.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동구릉은 41억 4,772만 원으로 두 번째로 비쌌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5대 임금인 문종과 현덕왕후, 14대 선조와 의인왕후 등 9개의 무덤을 합쳐 동구릉이 되었다.
5개 왕릉으로 구성된 서오릉은 경기 고양시 용두동에 있는데 국유 재산 대장 가격이 37억 여원이었다. 세조의 세자(덕종) 무덤이 여기에 있고, 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 19대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21대 영조의 정성왕후도 숨진 뒤 이곳에 묻혔다. 희빈 장씨의 무덤도 서오릉 남편(숙종) 곁에 있다. 서오릉은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시대 왕실 가족 묘라고 한다.
3대 태종과 23대 순조의 무덤으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헌인릉도 22억 원으로 비싼 편이었고, 9대 성종과 11대 중종이 묻힌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선정릉도 16억 원으로 높이 평가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능에 대한 국유 재산 가격은 결국 부속된 건축물의 규모와 수에 따라 평가액이 결정된다."면서 "일부 왕릉의 건축물은 외세 침략으로 파괴돼 아직 복원되지 않은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축물이 많은 궁궐은 능보다 훨씬 비싸게 평가받고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조선 4대 궁궐 중 경복궁의 국유 재산 대장 가격은 1,220억 6,431만 원이었고, 그 다음으로 창덕궁이 651억 1,289만 원이었다. 덕수궁과 창경궁은 각각 196억 원과 195억 원으로 비슷했다. 경복궁의 경우 역대 조선 국왕의 즉위식이나 대례 등을 거행했던 근정전(국보 제223호)과 연회가 베풀어졌던 경회루(국보 제224호), 왕과 왕비의 침소였던 강녕전과 교태전 등 166개의 귀한 건축물이 있다. 창덕궁에는 창덕궁의 정전(正殿)인 인정전(국보 제225호)과 인정전 행각, 왕비의 침소로 사용됐던 대조전과 대조전 행각 등 173개의 건물이 있다. 창경궁에는 사도세자가 태어난 집복헌과 정조가 승하한 영춘헌 등 44개의 건축물이 있고, 덕수궁에는 왕이 하례(賀禮)를 받던 중화전과 대한문 등 40개의 건축물이 있다. 궁궐은 아니지만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追尊)된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모신 사당인 종묘의 가격은 175억 원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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