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침에 잠시 망설였습니다.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할지 짧은 팔 옷을 입어야 할지...
며칠 전에 누나가 쓴 글이 신문에 난 것을 무척 부러워했던 아들이 자기도 글을 써보겠다고 덤볐습니다. 주제 정하고, 글 쓰고, 고치고, 다듬고... 비록 제가 여러 군데 도와주긴 했지만, 어쨌든 아들이 주도해서 쓴 글입니다.
오늘은 제 아들이 쓴 글을 붙입니다. ^^*
신문 읽기가 너무 힘들어요 http://www.jeonbuktimes.co.kr/news/view.asp?idx=23433 전주만성초등학교 6학년 성원준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지금까지는 일기 말고 제가 직접 글을 쓴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중학교부터는 자기가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누나에게 들으니 독후감도 써야 하고, 선생님이 어떤 주제를 주시면 그에 맞게 글도 써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생각한 것을 남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서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글을 잘 쓰려면 책과 신문을 자주 보고, 좋은 글이나 사설 같은 것을 옮겨서 써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잘 쓴 좋은 문장을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 말씀에 따라 신문에 있는 글을 옮겨 써보려고 하는데, 신문 읽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한글이라는 우리글이 있는데도 한자로 쓴 때도 있고, 순우리말이 있는데도 어려운 한자말을 쓰기도 해서 읽기가 힘듭니다. 며칠 전 신문에 있는 글 가운데 제가 뜻을 몰라서 아빠에게 여쭤본 것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서 한글로 바꿀 수 있거나, 순우리말을 써도 되는 것을 아빠 도움을 받아 바꾸면 이렇습니다. 社→회사, 美→미국, 宋국방→국방부장관, 現→현재, 1년 유예→1년 미뤄, 거론→말해, 기아車→기아차, 일각→다른 의견, 北→북한, 금품수수 의혹→돈이나 선물을 받은 듯, 의대생 사칭한→의대생이라 속인, 미궁 살인 용의자 검거→뒤늦게 살인 용의자 잡아, 홈피 무단 재개→홈피 억지로 다시 열어, 月→월 아마도 한자로 쓰면 문장이 짧아질 수 있어 그렇게 쓰나 봅니다. 그러나 그렇게 쓰면 저 같은 미래 독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한글이라는 우리글이 있습니다. 우리글이 없다면 한자나 영어를 써도 되겠지만, 버젓이 우리글이 있는데 다른 나라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순우리말이 있다면 되도록이면 그걸 써야 한다고 봅니다. 어려운 한자말이나 이상한 외래어를 쓰는 것은 우리말을 아끼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달리 생각하면 저 같은 어린이는 신문을 읽지 못하게 막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신문을 읽지 못한다면 아마도 글쓰기 학원을 다녀야 할지도 모릅니다. 안다녀도 되는 학원을 다니는 것은 부모님만 힘들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에서 우리 한글과 순우리말을 자주 쓰는 것이 저 같은 어린이들에게 신문을 자주 읽도록 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학생들이 신문을 자주 읽어야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늘고, 그래야 우리나라 국민모두 자기주장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서로 뜻이 잘 통하는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동생이 있습니다. 지금 막 한글을 익히고 있는데, 제 동생은 신문을 쉽고 재밌게 읽으면서 글쓰기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한자가 가끔 보이는 신문을 보고 있는데, 제 동생이 이런 신문을 볼 거라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 저는 한자말을 우리말로 쓸 수 있으면 쓰고, 순우리말이 있으면 넣어서 저 같은 어린이들이 쉽게 신문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제저녁에 이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무척 신기하게 보던 아들이 다음 달에 있을 한글날을 맞아 한번 더 글을 써보겠다네요. 기특합니다. ^^
이상 팔불출이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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