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편지

[스크랩] [우리말편지] 절대감속?

문근영 2017. 9. 18. 09:12





아름다운 우리말

2017. 9. 1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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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신문에 난 기사를 함께 보겠습니다.

절대감속?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912030004&wlog_tag3=daum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절대 감속’이라고 쓰인 도로 표지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전에서는 ‘절대’(?對)를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붙지 아니함’, ‘비교되거나 맞설 만한 것이 없음’을 뜻하는 명사 또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라는 부사 ‘절대로’와 뜻이 같은 부사로 풀이하고 있다.
또 ‘절대(로) 나쁜 일을 해서는 안 된다’처럼 ‘절대(로)’는 대개 부정 표현의 앞에 쓴다. 긍정 표현 앞에는 같은 뜻으로 ‘반드시’를 쓴다.
따라서 ‘절대 감속’이란 표현은 어색해 보인다. ‘절대로 속도를 줄이시오’라고 풀어 써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절대로 과속해서는 안 된다’는 자연스럽다. ‘절대 신호준수’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감속’, ‘반드시 감속’, ‘무조건 신호준수’, ‘반드시 신호준수’라고 쓰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서울신문에 난 글이 그리 길지 않으니 하나 더 보겠습니다.
중학생인 제 딸이 신문에 낸 글입니다.


안전한 달걀과 맛있는 치킨
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48786

저는 치킨을 좋아합니다. 가끔은 저녁에 동생들과 함께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먹기도 합니다. 저 같은 성장기 중학생에게는 치킨이 좋다는 말도 들어서 더 자주 먹으려고 부모님을 조르기도 합니다.
몇 해 전에 부모님과 함께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좁은 철창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날마다 달걀만 낳던 잎싹이 용기를 내서 양계장을 탈출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어린 철부지 청둥오리 달수를 만나 철창 안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던 자유를 맘껏 느낍니다. 어느 날 잎싹은 주인 없이 버려진 뽀얀 오리 알을 보고 처음으로 알을 품게 됩니다. 거기서 태어난 아기 오리 초록이 잎싹을 엄마로 여기고 같이 족제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늪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제가 야식으로 먹는 닭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아빠와 함께 '옥자'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슈퍼돼지 옥자가 함께 나누는 우정 이야기입니다. 10년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인 옥자가 어느 날 뉴욕으로 끌려가고, 미자는 옥자를 구하려고 무작정 미국으로 갑니다. 사람들이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를 더 많이 만들려고 유전자를 조작해서 큰 돼지를 만드는데, 막상 팔 때는 유전자 조작이라는 것을 숨기고 팝니다. 뭔가 찔리는 게 있나 봅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욕심 때문에 학대받고 죽어가는 동물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 달걀에서 살충제가 나왔다는 뉴스를 자주 봤습니다. 그 뉴스를 보고나서 아빠를 졸라 '치킨런'이라는 영화를 빌려다 봤습니다. 영국의 한 시골 양계장에서는, 닭들이 주인이 원하는 대로 많은 달걀을 낳지 못하면 바로 죽여서 통닭으로 팔아버립니다. 그런 양계장을 탈출하고자 서커스단에서 활동하는 닭에게서 나는 법을 배우고, 공군출신 닭에게서도 나는 법을 배워 결국 탈출용 비행기를 만들어 양계장을 탈출하게 됩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닭에게 미안해서 며칠 동안 치킨을 먹지 않았습니다.

살충제가 나온 달걀은 건강에 좋지 않을 겁니다. 제 생각에 좁은 닭장에서 닭을 키우면서 억지로 달걀을 많이 만들려고 나쁜 약을 쓴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로컬 푸드라는 판매장이 있습니다. 멀리서 농산물을 가져다 파는 게 아니라 근처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다고 합니다. 가끔 엄마를 따라 그 시장에 가는데, 마트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날 생산한 것만 가져다 팔기 때문에 전시된 농산물이 많지 않고, 그마저도 곧 떨어지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일부러 달걀을 파는 쪽으로 가봤습니다. 파는 달걀에 생산자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가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에 농장 주인의 사진과 깨끗한 농장 사진도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농장 주인도 자부심을 가지고 떳떳하게 달걀을 생산하고, 소비자도 그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을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믿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친구와도 믿음이 있으면 친구의 잘못이 있어도 반성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도 믿음이 있다면 조금 비싸도 농산물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서로 믿는 세상이 되어, 안전한 달걀과 맛있는 치킨을 맘껏 먹는 날을 기대합니다.

누나가 쓴 글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보더니,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도 글을 쓴다고 덤비네요.
좀 지켜볼 참입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11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개화와 꽃 핌]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27에 KBS뉴스에서 여수 오동도에 동백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동백꽃 개화"라고 했습니다.

풀이나 나무의 꽃이 피는 것을 '개화'라고 하는데,
이는 행정순화용어로 '꽃이 핌'으로 다듬어서 써야 합니다.
마찬가지 '개화기'도 '꽃 필 때'로 다듬어서 써야 바릅니다.

'동백꽃 개화'보다는 '동백꽃 활짝'이 더 낫지 않나요?

행정순화용어는
정부에서 많은 돈을 들여 깨끗한 우리말을 쓰고자 낱말을 다듬은 겁니다.
뉴스나 신문에서부터 바른말을 쓰는 게 좋다고 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뉴스에 나오고 신문에 나온 말은 다 옳고 좋은 말로 알잖아요.
그래서 언론이 중요한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jhsung@korea.kr이며, 전화는 010-3338-1867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은 urimal123 입니다.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신의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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