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의 지형도
고경숙
평면상에선
본질적으로 사랑이란
과장된 감정이다
그런 날은
빛도 곡선이다
서 있는 사람 둘은
한때 지형지물로 서로가
목표인 적도 있었다
이 말을 하고 있는 사이,
거울에 반사된 시선이
그림자 뒤에 숨어 지켜본다
방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소통망의 설정으로
지리조사에 무능했던 두 사람
긍정의 기호를 따라가다
문득
초점이 다른 곳을 향할 때
목표는 장애물이 돼버리고
각자 의중대로 읽은 지형도는
한낱 낙서 그림이 되는 날,
등고선 속에는
권태의 생김새에 따라
오기 또는 누락으로 위치가 잘못된 곳
새롭게 측량하는 날들이 가파른 절벽을 오른다
만약,
함축된 오늘의 등고선이
심하게 일그러졌다면
멀더라도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1:50000으로 축척된
그럭저럭 흘러가는 보통의 하루가
정작 둘 사이엔
몇 개의 강을 흘러보내고 있다는 뜻이니까
-----------------------------------------------------2013년 『시와 미학』 가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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