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조선일보[동시 당선작/동시 당선소감/시 부문 심사평]
[동시 당선작]
신수진
뻥 뻥
하늘 머얼리 공이 달아나고
우르르르
아이들이 공을 쫓아 솟아오르면
한낮의 둥근 태양도 갈 길 잊고
공을 따라 뛰어간다
아이들 함성이
이리 콩 저리 콩
발끝에서 발끝으로 날아다닐 때
데굴데굴
온종일 흙강아지들은
축구공과 하나되어 바람을 만든다
밥 짓는 냄새가
둥실둥실
마을을 들어올리고
아이들의 빨개진 얼굴 너머
바쁜 해가 후다닥 뛰어갈 때
흰쌀밥 소복한 엄마 웃음
지구를 짊어진 듯 무거운 학원 가방
줄넘기도 과외받는 1등 아이
달빛 싣고 달리는 엄마 차에 이끌려
책에서 책으로만 굴러다녀도
까무잡잡한 햇무리 아이들은
시험지의 동그라미보다
더 큰 동그라미를
하늘 높이 햇무리에 그린다
[동시 당선 소감]
책 속에서 꿈꾸는아이들을 위하여
노을이 지도록 빈 교실에 남아 동시를 썼던 어린 날의 장면들, 피노키오가 앉을 법한 조그만 나무의자와 책상의 감촉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사춘기 시절 부쳤던 운동화 상자만큼의 편지들을 기억합니다. 이제는 언젠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혼자 남아야 할 시간입니다. 가만히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부끄럼쟁이지만 정의롭고, 고집쟁이지만 여린 그 아이에게서 저는 들어야 할 말도,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음을 봅니다.
고사리손으로 글짓기를 하던 아이를 늘 칭찬해주셨던 이대호 선생님이 계셨기에 첫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오솔길의 갈피마다 눈물겨운 자기 세계를 지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시는 중앙대학교 은사님들과, 부르튼 발에 마침내 춤추는 빨간 구두를 신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고맙습니다.
가끔씩은 제 이름을 보면 더럭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한 순간마다 발 시린 눈길에 앞서가신 스승들의 발자국이 저를 깨닫게 합니다. 언제나 저 높이 문학의 세계가 있었기에 그 빛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책 속에서 울창한 꿈을 꾸고 있을 아이들에게 저 역시 그러한 큰 산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저 눈 속에서도 푸르게 푸르게 살아 하늘 높이 뻗어나가는 대나무처럼 그렇게 자라달라고 말해봅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저의 시야와 시선이 언제나 그 너머로 갈 수 있도록 고개를 높이 세워주는 남편과 혜율·혜강이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세상 모든 아이가 맘껏 웃고 울 수 있는 깊은 대나무숲 같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1981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 대학원 재학 중
―2014년 한국안데르센상 아동문학
(장편동화) 가작
축구공 튀듯 역동적인 표현, 세련된 기교도 눈길
지난해보다 응모 편수도 늘고 수준도 향상돼 동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어 반가웠다. 유치하게 쓴 작품이 대폭 줄어든 대신 동심을 세련된 시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 늘어난 점도 반가웠다. 하지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지극히 상투적인 동심을 평범하게 표현한 작품이 많았으며 요즘 아이들의 생생한 삶을 참신한 시적 표현으로 담아낸 작품이 드물어 아쉬웠다.
최종적으로 문일지·문국·장정희·서해수·신수진의 작품을 집중 검토했다. 문일지의 ‘뚝딱이’는 괘종시계의 톱니바퀴를 의인화한 작품으로서 마치 짧은 그림책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작품의 기복이 심해서 역량이 미덥지 않았다.
문국의 ‘개똥참외’는 시상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발상도 무난했지만 기존 동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와 주제였다.
장정희의 ‘지구의 선물’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동심적인 발상과 표현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미 기존 동시에서 보았던 낯익은 발상이라서 신선감이 약했다.
서해수의 ‘그리운 친구들’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김치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표현했으나 너무 산문적이고 설명적이었다.
신수진은 신인다운 패기와 발랄함이 있어 단연 이목을 끌었다. ‘햇무리 아이들’은 축구공과 하나가 돼 뛰어노는 아이들의 건강하고 활기 넘친 모습을 마치 축구공이 튀듯 역동적인 이미지로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자연스러운 시상의 전개와 세세한 부분의 시적인 표현이 빛을 발했다. 세련된 기교와 언어 구사력도 돋보였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도 수준작이어서 시적 역량에 믿음이 갔다.
이준관(아동문학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1/20170101008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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