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서도 소리의 위대한 스승 벽파 이창배를 기리다
[현장] “벽파 이창배,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 학술대회 및 기념공연
“배고파 지어 놓은 밥에 뉘도 많고 돌도 많다.
뉘 많고 돌 많기는 임이 안 계신 탓이로다.
그 밥에 어떤 돌이 들었더냐.
초벌로 새문안 거지바위, 문턱바위, 둥글바위, 너럭바위, 치마바위, 감투바위....
그 밥을 다 먹고나서 눌은 밥을 훑으려고 솥뚜껑 열고 보니
해태 한 쌍이 엉금엉금.”
음향기기에선 이창배 선생의 “바위타령”이 흘러나온다. 음향기기엔 신나라를 통해서 나온 “이창배의 예술세계” 음반이 올려져 있다. 경기 잡가는 서울 소리꾼들이 모여 소리판을 벌일 때면 처음에는 가사와 시조 같은 차분한 소리로 시작한 후 이내 잡가를 본격적으로 부르다가 파장 무렵이면 흥겨운 휘모리잡가로 끝을 냈다. 휘모리잡가 역시 서울 소리꾼들이 즐기던 노래의 한 갈래인데 무척 해학적인 가사가 그 특징이다. 휘모리 잡가 가운데 자주 불렸던 바위타령은 밥에 뉘 많고 돌 많은 것은 임이 없는 탓이라며, 온 나라 유명한 바위를 무려 칠팔십 개나 주워섬긴다.
이 바위타령을 부른 이창배 선생 그는 누구인가? 국악인들은 이분이 없었다면 오늘의 경서도 민요는 존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창배 선생을 기리는 “벽파 이창배,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 학술대회 및 기념공연이 지난 6월 14일(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있었다.
▲ 개회사를 하는 서한범 회장, 환영사를 하는 고재득 성동구청장과 황용주 명창(왼쪽부터)
먼저 시작된 학술대회에서 대회장인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공동주최자인 서울 성동구 고재득 구청장의 환영사가 있었다. 고 구청장은 “성동구는 경기소리의 중시조인 이창배라는 걸출한 인재를 배출한 지역으로 경기소리의 메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곳임을 상기하고, 경기소리를 독특한 문화축제로 개발 육성하여 성동구에 다시 한번 경기소리가 화려하게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구청장은 소월아트홀이 개관할 때 벽파 선생을 알았다면 소월아트홀은 아마도 “벽파아트홀”이 되었을 것이라고 하여 참석자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 축사를 하는 홍성덕 국악협회장, 특별강연의 이상만 음악평론가, 제1주제 발표자 권오성 동북아음악연구소장(왼쪽부터)
학술대회 순서로 들어갔는데 첫 번째로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의 “벽파, 누구인가”라는 기조연설이 있었다. 서 회장은 “벽파 선생은 경서도 민요를 소리로 지켜온 명창이었고, 학문을 즐기는 학자였으며, 앞서가는 국악교육자였다. 또 선생은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많은 분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대 사범이었다."라고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이어서 특별강연으로 원로 음악평론가 이상만 선생이 단상에 올랐다. 선생은 “벽파 이창배의 경기민요 보급”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창배 선생은 매스미디어를 활용할 줄 알았던 선구자이며, 대단한 학자였다.”라고 회고하며, “이제 경기민요가 아니라 서울소리”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이 크게 공감했다.
계속된 제1주제는 “음악학에 끼친 벽파의 업적”이란 제목으로 권오성 동북아음악연구소장이 맡았다. 권 소장은 “이창배 선생은 경서도 명창이나 선소리산타령을 계승하는 모든 사람들이 범했을지 모르는 오류를 바로잡아준 큰일을 하신 분으로 선생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임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라고 확인해주었다.
▲ 학술대회를 경청하는 청중들
▲ 공연에 몰입하는 청중들
이어서 제2주제는 “벽파와 무형문화재”라는 제목으로 이보형 고음반연구회장이, 제3주제는
“벽파음악의 특징”이란 주제로 송은주 경희대 겸임교수가 이엇고, 제4주제로 국악평론가 김문성 씨가 “이창배 명창의 음악활동 고찰”이란 발표를 했다.
발표에서 송은주 경임교수는 “벽파의 경기소리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었으나 이를 구분하여 전승하고 활동하였으며, 교본의 기록과 소리를 나누어 실제 노래를 할 때는 서울토리를 극대화하여 경서도소리의 멋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또 김문성 국악평론가는 “이창배 명창의 업적이 매우 현저함을 확인할 수 있음에 반하여 그 업적을 집대성한 저작표현물의 성과는 다소 미미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공개 음원자료, 영상자료, 사진자료 등 각종 자료의 취합과 전산화는 매우 중요함은 물론 이를 통해 이창배의 업적이 재조명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윤명원 단국대 교수, 김영운 한양대 교수, 강우진 단국대 교수, 강동학 강릉원주대 교수, 김기형 고려대 교수, 신현남 국악고등학교 교감, 서울민속악회 이재흥 씨, 이춘희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장덕화 국악협회 이사, 김금숙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후보, 박상옥 서울 휘몰이잡가 예능보유자, 방영기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전수교육조교 등이 나서서 종합토론을 벌였다.
▲ 임정란 명창과 15명 공연 <적벽가> - 위, 김금숙 명창 외 9명의 <달거리>
공연 - 가운데, 백영춘 명창과 13명의 <관동팔경> 공연 - 아래
학술대회에 이어 4시 30분부터는 기념공연이 펼쳐졌다. 먼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1호 임정란 명창 외 14명이 나서서 <적벽가>를 불렀으며,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준보유자 김금숙 명창 외 8명의 <달거리>, 서울문화재 제38호 예능보유자 백영춘 명창과 12명이 <관동팔경>을, 서울무형문화재 제41호 예능보유자 유창 명창과 11명이 <삼설기>를,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박준영?유지숙과 7명이 <영변가>를,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1호 예능보유자 박상옥 외 2명이 <바위타령>을 이어 불렀다.
▲ 유창 명창과 11명의 <삼설기> 공연 - 위, 박준영?유지숙 명창 외 7명의
<영변가> 공연 - 가운데, 박상옥 명창과 2명의 <바위타령> 공연 - 아래
그리고 마지막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 예능보유자 황용주 명창과 31명이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들은 이창배 선생이 보유했던 종목 선소리산타령 소리 중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자진산타령, 개구리타령 등을 불러 온종일 소월아트홀에 묶여있던 청중들에게 큰 흥을 돋아주었다.
경서도 민요는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음악이다. 그렇다면, 그 경서도 민요를 지켜온 큰 스승 벽파 이창배 선생을 기리는 일에는 너나 가릴 것이 없을 거라고 참여자들은 입을 모았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 예능보유자 황용주 명창과 31명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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