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영혼

[스크랩] 인디언의 영혼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은 캐나다 여류화가, 에밀리 카

문근영 2016. 8. 1. 01:29

한국의 미를 잘 드러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하면 누가 생각나시나요?
산수화와 풍속화에 능했던, 우리에게 그림 ‘서당’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의 김홍도나 ‘미인도’의 신윤복이 떠오르시나요? 혹은 현대의 이중섭이나 박수근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오는 화가들도 있지요.

그렇다면 캐나다를 대표하는 화가엔 누가 있을까요. 수많은 화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캐나다의 독특한 원주민 문화를 그림 속에 녹여낸 여류화가, 현대 미술의 어머니라 칭해지는 ‘에밀리 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현대미술의 어머니, 에밀리 카



에밀리 카(1871-1945)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화가중의 한 명입니다. BC의 빅토리아에서 출생하여 자랐고 1890년, 그녀의 나이 18세에 부모가 사망한 후 샌프란시스코로 그림 유학을 떠나 The California School of Design에서 미술수업을 시작합니다. 그 후에도 빅토리아, 런던, 파리 등의 여러 장소에서 그림공부를 했습니다.

그녀는 특히 BC와 알래스카, 서부해안의 풍경 및 원주민 문화에 깊이 심취했는데요. 1899년에 유클루럿의 누 차 누트 원주민 마을을 방문한 계기로 원주민들의 문화에 영감을 받게 됩니다. 그 후 알래스카의 스캐그웨이를 방문하고 나서 해안가 원주민인 콰퀴우틀, 하이다, 침시안, 틀링키트 원주민 등 여러 부족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토템폴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910년 프랑스에서 인상주의와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녀는, 1920년대에 당시 캐나다 국립미술관 책임자였던 에릭 브라운의 초청으로 ‘캐나다 서부해안가 미술, 원주민과 현대’라는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어 순수 캐나다 미술의 창조를 목표로 활동을 하던 Group of Seven과 만나게 됩니다.

 

'Group of Seven'은?


에밀리 카는 이렇게 해리스를 포함한 그룹오브세븐의 다른 회원들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전시회에 같이 출품하도록 초대받으며 그들과의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온타리오 야생지와 같은 자연 환경의 아름다움과 활력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풍경과의 유기적이고 정신적인 연결을 드러내는 작품 등을 통해 그녀는 자신만의 고유한 회화스타일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1937년 그녀는 여러 번의 심장마비 발작으로 이후에는 계속 병상에 있게 되는데요. 그림을 그리지 못하자 저술활동에 힘써 The Book of Small (1942), The House of All Sorts (1944), Growing Pains (1946), Pause and The Heart of a Peacock (1953), Hundreds and Thousands 등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뛰어난 화가였으며 동시에 뛰어난 저술가였지요. 1945년 사망한 후 빅토리아의 로스베이 묘지에 안장되었고, 그녀의 묘비에는 ‘화가이자 저술가 / 자연을 사랑하던 사람’이라고 쓰여있다고 합니다. 
 




그림 속에 자연의 생명력과, 인디언의 영혼을 담은 그녀

에밀리 카의 그림에는 자연(특히 숲과 해안)과 독특한 인디언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의 반 이상을 보낸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평화로운 해변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하늘과 숲, 원주민 인디언 마을을 그림의 주 소재로 삼았습니다. 무엇보다 에밀리 카는 그녀만의 독자적인 시각에서 숲의 생명력, 인디언들의 삶과 회한을 화폭에 담았기에 그녀의 그림은 활력과 강한 개성을 내뿜습니다.


숲과 나무의 생명력, 자연과의 일체감을 표현한 에밀리

 

에밀리 카에게 숲과 나무는 태평양 서북지방의 원주민들의 삶의 토대이자 신화적인 의식의 상징으로 그녀 그림의 중심이 됐습니다. 특히 Group of Seven의 영향을 깊이 받은 에밀리 카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숲 속에서 숲의 정령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숲의 정령이라… 그녀가 만난 숲의 정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D

 

                               Cedar Sanctuary (blog.naver.com/donodonsu/100007404815 이하 생략)

 

                              
아마도 이런 숲 속의 나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 정령을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요.

에밀리 카는 나무 한 그루 한그루를 생명체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자비하게 벌목되는 나무들을 애통하게 생각했고, 그녀의 일기에는 나무들과의 소통, 나무에 대한 찬미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기록했다고 전해집니다.

“나무는 인간보다 더 이성적이며 꾸준하고 참는다 ∙∙∙ 그래서 나는 나무를 인간보다 더 사랑하기 때문에 자연에 집착한다”


                                   Tree Trunk                                              A Rushing Sea of Undergrowth

강렬하고 다양한 색으로 자신이 느낀 그대로의 숲과 나무들을 표현한 에밀리 카.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숲 속에서 그녀가 그림을 그릴 때 불어오던 바람과, 코끝을 스치는 풀 냄새와 하늘의 범상치 않은 기운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러한 숲 속 어딘가에 정말 숲의 정령이 살아 숨쉬고 있을 것 같지 않으신가요? :)

에밀리 카에게 나무는 이렇듯 다양한 감정 표현의 중요한 친구 같은 존재였으며, 스스로를 ‘사람들에게서 유리된 나이 먹은 나무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나무와 영적 교감을 가지고 일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후에 살펴볼 인디언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에밀리 카는 기존 사회체계를 벗어난, 자유롭고 새로운 인디언 문화에 호감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자기 자신을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머무는 나무'가 아니라, '사람들과 떨어져 숲 속을 지키는 나무'와 동일시한 것 같습니다.


            Scorned as Timber, Beloved of the Sky                                                Forest 

위의 그림처럼 하늘 위로 곧게 뻗어나가는 나무들을 통해 에밀리 카는 생명력 있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그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단지 기존체계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움을 찾고, 꿋꿋이 자신만의 회화스타일을 형성해나간 그녀의 정신이 저 나무들 속에서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인디언 문화에 대한 강한 애착과 순수한 열망을 가졌던 에밀리

 

에밀리 카는 1899년, 유클루럿의 누 차 누트 원주민 마을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문화에 영감을 받게 되고 숲, 나무와 같은 자연의 형상뿐 아니라 점차 인디언의 색채를 띄는 그림들을 그리게 됩니다.

                                                                        Guyasdom D’Sonoqua 
                                                                    
귀야스돔 드소노쿠아(Guyasdom D’Sonoqua-사진)는 인디언 문화를 주제로 작가가 원숙기에 접어들어 발표한 작품 중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1929~30년 제작된 이 작품은 작가가 1912년 길포드 섬에 있는 콰키우틀(Kwakiutl)이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주친 여인의 인상을 토대로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요. 진한 초록의 숲과 나무의 배경에 원주민 여인의 매력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크고 동그랗게 뜬 선명한 눈과 동굴과 같은 느낌을 주는 입, 진한 눈썹과 놀란 듯한 표정 등은 한 번 마주쳐도 보는 이로 하여금 결코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원주민 여인의 모습과 배경의 초록 자연이 자연스럽게 조화되며 신비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이 여인의 모습은 마치 숲 속의 정령 같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때의 느낌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숲 속의 공기가 이 여인을 중심으로 휘감아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자태가 너무나 신비스러워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오래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Indian church                                                  Zunoqua of the Cat Village


                                                             Totem walk at Sitka 


                                                                        Gitwangak

위의 그림들처럼 에밀리 카의 작품들 속에서는 인디언 문화의 토템과 같은 인공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토템폴은 인디언들이 만들어낸 세련된 조각문화이자 최고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토템폴은 자연숭배사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각종 악귀를 쫓고 부족의 안전과 번영을 기원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그 형상으로는 연어, 곰, 고래, 갈가마귀, 독수리 등을 포함한 동물들이 있으며 토템폴의 장식은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졌답니다. 에밀리 카는 이러한 토템과 숲을 연관시킨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에밀리 카는 깊은 기독교적 신앙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례적인 종교를 따르거나 사회적인 관습에 타협하기보다 숲 속에서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고자 했고,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단순한 삶의 방식에 깊은 호감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현지 토착민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방식을 동경했지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관습에는 오히려 동화되지 못하고 고립된 존재라고 스스로 느끼면서, 당시 백인들에 의해 천대를 받던 인디언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18-19세기에 유럽의 탐험대가 오면서 점차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이 변화하고, 유럽인들과 다른 나라의 이민자들이 몰려들며 토템폴과 같은 인디언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에밀리 카는 이러한 사라져가는 원주민 마을의 모습, 문화, 예술을 보존하고자 그림을 그렸습니다.



 



                    
                                    클릭하시면 에밀리 카의 더 많은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에밀리 카에게 인디언 이름이 ?!

에밀리 카는 종종 그녀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있는 원주민 인디언마을을 혼자 여행했다고 합니다. 에밀리 카는 거친 것을 좋아해서 카누와 텐트를 이용해 여행하곤 했었는데요. 그 당시 혼자 여행하는 것은 여성에게 흔한 일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그녀를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었다고 해요. 하지만 원주민 인디언들은 에밀리 카를 좋아했고 그들의 마을에 그녀가 오는 것을 반겼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즐거운(흥겨운) 사람" 이라는 뜻의 ‘Klee Wik’이라는 인디언식 이름을 그녀에게 주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


에밀리 카의 생가 및 에밀리 카 대학교



에밀리 카의 생가

에밀리 카(1871~1945)가 태어난 곳으로 1840년 영국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온 카의 부모가 1863년 지었다고 합니다.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며, 당시의 풍속과 민속을 엿볼 수 있는 생활도구와 주거문화용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풍의 인테리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생가 안에는 에밀리 카의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도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에밀리 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네요. 


                                        Emily Carr House


에밀리 카 예술대학교

에밀리 카의 이름을 딴 세계적인 대학, 에밀리 카 대학교는 85년 역사의 캐나다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BC주의 예술대학입니다. 1000여명의 학생들이 예술에 대한 열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작업하고 있으며, 에밀리 카 대학 건물 역시 독특한 외양과 색감에서 비롯된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예술성을 드러내지요. 1987년 그린빌 아일랜드 지역으로 캠퍼스를 이전해, 1994년에 최신 설비를 갖춘 새로운 캠퍼스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밴쿠버 일대 예술가들의 스튜디오와 갤러리가 있어 예술을 공부하기에는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합니다.                                                                      

(hani.co.kr '시장엔 활기가, 공방엔 열정이 넘치다')




                                   Emily Carr University

 



오늘은 캐나다의 여류화가, 에밀리 카의 그림세계를 탐험해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에밀리 카의 그림만 보아도 얼마나 그녀가 숲과 나무를 사랑했고 인디언 문화에 매료되었는지 느낄 수 있으셨죠? 

비록 그녀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냉대를 받고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화가였지만, 끝까지 생명력 있는 자연과 독특한 인디언 문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지요. 그래서인지 그녀만의 강인한 색채와 고유한 화법으로 표현된 그녀의 그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당시의 숲 속으로, 그 토템폴이 있는 그 인디언 마을로 데려가는 듯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에밀리 카의 그림을 통해 숲 속의 정령을 만날 수 있었다면 더할 바람이 없겠네요. :)


                                                                            Emily Carr

 



Posted by 김지현 (ever.lasting@live.co.kr)
From 캐나다 대사관 블로그(http://canadablog.tistory.com)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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