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임시정부가 주인공인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
이봉원의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출판기념회에 다녀오다
▲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에서 인사말을 하는 지은이 이봉원
흔히 출판기념회를 하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내빈석과 내빈의 가슴에 꽂은 꽃이다. 하지만, 이날의 출판기념회는 그런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관련되어 내빈소개도 없다. 거기에 더하여 하나 더 특별한 것은 축사를 하는 이들이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책을 꼼꼼히 읽고 옥에 티를 지적하는 등 마치 서평을 방불케 하는 축사를 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자랑하는 자리, 과시하는 자리 그에 더하여 내빈 대접하는 자리가 되었던데 반해 지난 4월 17일 서울 신문로 한글학회 얼말글교육관에서 있었던 출판기념회는 그야말로 아주 특별한, 책 그리고 책이 나오게 된 과정에 집중할 뿐이었다. 이 자리는 오직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주인공일 뿐이라는 지은이의 강력한 신호였다.
그런 아주 특별한 행사가 된 출판기념회는 이봉원이 쓰고 정인출판사가 펴낸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책이 그 바탕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는 지은이가 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아 무려 네 번에 걸쳐 85일이란 긴 시간 동안 드넓은 중국 대륙 안에 있는 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아다닌 결과이다. 발로 뛴 고난의 답사길이었다. 그의 중국답사 여정은 임시정부 27년의 노정뿐만 아니라 임시정부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해준 8.90살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담만도 50여 명에 이른다.
▲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출판기념회 모습
▲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출판기념회에서 초청인 인사를 하는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연구회” 이윤옥 부회장
또한, 답사과정에서 국내에 잘못 전해진 유적지를 바로 잡고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적지를 찾아내는 등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로운 작업을 혼자 해내면서도 오로지 중국 땅에서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는 귀중한 자료들을 국내에 알리고자 하는 신념으로 답사 여정을 계속해왔다고 지은이는 털어놓았다.
지은이는 인사말을 하는 도중 “임시정부가 상해를 떠나 처음 머물렀던 항쩌우 청태 제2여사를 어렵게 찾아냈을 때 정말 가슴이 저렸다.”라고 회고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지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격려의 손뼉을 받았다. 또 그는 어려운 출판시장 상황에서 선뜻 출판해준 정인출판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으며, 중국 대륙을 다니는 동안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그만큼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날 초청인 인사를 한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연구회 이윤옥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일제강점기를 35년간이라 말해왔지만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27년간이라는 역사가 엄연히 존재하므로 앞으로는 27년을 뺀 8년만을 일제강점기로 봐야 한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이 출판기념회의 초청인은 임시정부사적지연구회(회장 이봉원),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회장 박기서)이었다.
광복회 남만우 부회장이 대신 읽은 김영일 광복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임시정부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고 평가한다. 우선 관련 사진의 가짓수에 놀라고, 사진의 치밀한 구성에 감탄한다. 이 책에 수록된 3백여 장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27년의 임시정부사, 아니 치열했던 독립운동사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광복회도 못한 일을 해냈다면서 고마움도 전했다.
▲ 축사를 하는 광복회 남만우 부회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이상보 한글재단 회장(왼쪽부터)
이어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도 축사를 했다. 그는 “임시정부관련 드라마, 다큐의 제작, 국새 소설, 그리고 이번에 낸 책 등이 전혀 별개가 아니고 지은이가 평생 해온 일의 연장선상이었다. 특히 드넓은 중국을 오랜 기간 드나들며 왜곡된 현장을 바로 잡고 나라가 하지 못한 곳을 발굴한 집념의 노정이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 김구 선생의 글 “나의 소원”을 실음으로써 완성도 높은 책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8꼭지의 세밀한 평을 했다. 특히 “독립운동을 전공한 학자도 쓰기 어려운 책을 발품을 팔아서 썼다.”라는 칭찬에 이어 “개인의 힘으로 국가 기관의 실태조사 오류를 적나라하게 지적하였는데, 이는 높이 살만한 업적”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임시정부를 문답식으로 풀이해서 알기 쉽게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지은이의 독자사랑은 지은이가 심리학 전공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하여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마지막으로 한글재단 이상보 회장도 “임시정부와 백범 김구 선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운을 뗀 뒤 임시정부 27년의 고난의 역사를 기록한 지은이는 역사에만 애정이 있는 게 아니라 한말글운동에도 앞장선 시대의 선구자”라는 축사를 했다.
이 자리엔 특별히 자리를 빛내준 이들도 있었다. 독립유공자 유족들이 그들인데 임시정부 국무위원이며 해방 뒤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낸 김상덕 선생의 아들 김정륙 선생, 역시 임시정부 국무위원 차리석 선생의 아들 차영조 선생 등 7~8명이 참석하여 큰 손뼉을 받았다.
이날 행사 시작에 앞서 지은이가 2000년도에 제작한 초기 독립운동사 기록영화 “잊혀진 독립운동의 발원지, 러시아 연해주”를 상영하여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감상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 영화는 한민족 독립운동이 국외에서 처음 시작된 지역이면서 오랫동안 국민에게 잊혀 있었던 곳, 러시아 연해주 지역을 애국지사 두 분과 함께 탐방하여 제작한 기록영화로 KBS-TV 2000년 삼일절 특집으로 방송되었던 것이다, 특히 이봉원 지은이가 대본, 촬영, 연출의 1인 3역을 한 작품으로 그의 땀과 혼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이날은 초청자 단체이며, 지은이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사적지연구회” 운영위원들이 대거 참석하여 애써줌으로써 임시정부로 연을 맺은 사람들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출판기념회는 이 책이 ‘일반인대상의 알기 쉬운 임시정부 책이라는 점’ 참석한 초청 인사들의 의례적인 축사가 아닌 ‘임시정부역사와 고난의 여정을 깊이 이해하는 동지애가 뚝뚝 묻어나는 축사였다는 점’ 또한 ‘참석자들이 모두 새로운 독립투사가 된 심정으로 지은이의 책 출간을 기뻐했다는 점’ 등을 들어 참석했던 분들은 모두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라고 입을 모았다. 예년과 달리 유달리 날씨가 불순하여 4월 중순인데도 쌀쌀했지만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광화문 모퉁이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참석자들은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며 아깝지 않은 주말 오후를 보낸 듯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 ≪대한민국임시정부 바로 알기≫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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