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원주민들의 자연에 대한 태도
서정록
북미원주민들에게 만일 십계명과 같은 율법이 있다면,
그 첫번째는 ‘동식물들을 포함한 모든 존 재들을 공경하라’가 될 것이다.
두번째는 ‘네 주위의 모든 존재들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라’가 될 것이다.
북아메리카에 수많은 원주민 부족들이 있지만 어느 부족도 이러한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늘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존재들을 챙기고 보살피 며 산다.
언제나 나보다 내 가족과 이웃과 부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생활이다.
자연을 공경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사람들
그래서 일부 북미원주민들의 신화에서는 인류에게 최초로 이야기를 들려준 존재가 곧잘 큰 바위로 등장한다. 어느 날 큰 바위가 지나가는 아이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자기에게 선물을 주면, 태초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한다. 아이가 담배와 사냥한 새 한 마리를 바위한테 선물로 주 자 큰 바위는 아이한테 태초의 이야기며, 어떻게 낮과 밤이 생겼으며, 사람은 어떻게 태어났는 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큰 바위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난 아이는 마을에 돌아가서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해서 최초의 이야기와 이야기꾼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북미원주민들은 동물과 식물들을 형제요 친척이라 말한다. 말로만 그렇다는 것이 아 니라 실제로 그들을 동물-사람, 식물-사람이라 부르며 그들을 공경한다. 그들 역시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 땅에 살 권리가 있으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신 화에는 동물-사람들은 사람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왔으며, 태초에는 그들도 사
람이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실제로 많은 북미원주민들은 동물-사람들을 인간의 선배로, 영적인 교사로 여긴다.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동물이나 식물, 심지어 곤충한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오히려 그들을 공경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들이 어느 날 네가 힘들거나 시련 에 처했을 때 너를 도와줄 것이라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니 ‘최령자(最靈者)’니 하는 식의 우쭐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에게 자연이 생산하는 곡물들과 과실, 나무열매들은 모두 자연과 모든 존재를 관통하며 흐르는 위대한 신령(또는 우주생명)이 주신 선물이다. 그들이 사냥한 고기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물 질을 선물로 여기므로 그들에게는 소유의 관념이 없다. 모든 물질은 위대한 신령이 ‘내 가족과 이웃과 함께 나누어 쓰라고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물질을 쌓아두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한다. 그것은 자칫 이기심과 탐욕에 물드는 짓이며, 그들을 공경에서 벗어나게 하고, 내 이웃이나 자연과 균형과 조화 속에서 사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축적하기 위해 물질을 모으지 않는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과 이웃을 먹이기 위해, 곡물을 모으고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는다. 그리고 사냥을 갔다 돌아오면 이웃의 과부나 고아에게 먼저 살점을 떼어준다. 그런 다음 가족과 함께 감사하게 고기를 나누어 먹는다. 물질을 쌓아놓고서 이웃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지 않거나 모른 체하면 사회적으로 비난
을 받는다. 심한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까지 한다. 꼭 필요한 만큼만 가져갈게요
백인들은 자연을 훼손하고, 숲을 파괴하고, 동물들을 함부로 죽이는 것을 소위 ‘일(work)’이라 고 말한다. 말이 일이지 실제로는 남용이나 훼손과 다를 바가 없는 데도 말이다. 그리고 북미원 주민들에게 자기들처럼 일을 해서 부유하게 살라고 가르친다. 한 네즈페르세 족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내 아들들은 그런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꿈을 꿀 수 없다. 지혜 는 오직 꿈속에서만 온다. 당신들은 쟁기로 땅을 파라고 한다. 내가 어떻게 나의 어머니의 가슴 을 칼로 찌를 수 있겠는가? 만일 그렇게 하면 내가 죽을 때, 그녀는 나를 편안히 쉬도록 그녀의 가슴에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은 돌을 파내라고 한다. 내가 어떻게 어머니의 피부를 찢고 그녀의 뼈를 꺼낼 수 있겠는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죽은 후 나는 그녀의 몸을 받아 다시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당신들은 나에게 풀을 베어 건초를 만들어 팔아 백인들처럼 부자가 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나의 어머니의 털을 함부로 깎을 수 있겠는가? (McLuhan, 『Touch the Earth』, 1971)”
아마도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해온 서구적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이들은 북미원주민들의 이런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약초를 캘 때도 될수록 땅이 다치지 않도록 작은 구멍을 파서 약초를 캐고, 땅에 생긴 구멍은 상처가 되지 않도록 도로 잘 덮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로서는 백인들의 그와 같은 행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들은 살아있는 나뭇가지는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절대로 자르지 않았으며, 땔감 역시 반드시 죽은 나뭇가지만을 사용했다. 한 북미원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나무에 해를 끼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나무를 베기 전에 먼저 담배 제물을 바친다. 우리는 결코 나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며, 베어 넘어뜨린 나무들은 어느 한 부분도 버리지 않고 남김없이 모두 사용한다. 만일 우리가 베어 넘어뜨린 나무들의 아픔을 생각지 않는다 면, 그래서 나무를 베기 전에 담배를 제물로 드리지 않으면, 숲의 다른 나무들이 슬피 운다. 그 것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William Jones, 『Ethnography of the Fox Indians』, 1939)”
그들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을 때도 자신들의 형제인 ‘자연의 사람들’이 아파하는 소리에 가슴 아파 한다. 그래서 그릇을 만들기 위해 흙을 사용할 때도 그들은 땅에게 이렇게 말한다. “꼭 필 요한 만큼만 가져갈게요. 아이들 밥그릇 만들 거예요.” 과실을 딸 때도 그들에게 잘 먹겠다고, 고맙다고 말한다. 약초를 캘 때도 미리 담배 제물을 올린다. 사냥을 할 때도 미리 신령들에게 도 움을 청하여 허락을 받으며, 사냥한 뒤에는 그들의 마음을 달래는 의례를 행한다. 그리고 사냥 한 동물의 살은 먹고 가죽이나 뼈 등은 유용하게 사용한다. 한 점도 버리는 것이 없도록 말이다. 그것이 자기 몸을 준 동물에 대한 예의이며, 그에게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기 때문 이다. 요셉 브라운에 의하면, 대평원의 북미원주민들은 버팔로의 뿔, 가죽, 뼈, 털, 위, 방광, 음낭, 힘줄, 꼬리, 발굽, 창자, 피, 기름, 연골, 심장, 똥 어느 하나 버리는 것이 없으며, 그렇게 위의 것들을 가지고 생활에 이용하는 용도만 7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렇듯 그들은 무엇하나 자기 마음대로 하는 법이 없다. 반드시 ‘자연의 사람들’의 의사를 묻고, 그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그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살피고 달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사람들’이 준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북미원주민들의 생활 은 모두 이런 식이다.
아름다움의 길, 축복의 길
인간과 그를 둘러싼 자연의 존재들이 상호적 관계를 갖고 있다는 북미원주민들의 생각은 나바호족의 ‘신성한 바람’에 잘 표현되어 있다. “숨쉬는 행위는 인간을 모든 살아있는 존재와 연결시킨다. 신성한 바람은 또한 공기로 번역될 수 있으며,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은 그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간다. 숨쉬는 행위 속에서 공기는 끊임없이 교환되며, 그 경계 또한 변화한다. 숨을 들이쉬는 동안, 신성한 사람(바람)의 힘은 그 의 폐 속으로 들어가 그의 부분이 되고, 동시에 다른 존재들의 부분이 된다. 그렇게 모든 존재 를 서로 연결시킨다. (Griffin-Peirce, 『Earth is My Mother, Sky is My Father』, 1992)”
말하자면 신성한 바람이 우리의 몸에 들어옴으로써 우리는 생명을 갖게 되고, 우리가 호흡하는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그 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성한 바람을 내 쉴 때는 말과 노래가 되고, 내부에 남아서는 생각이 된다. 북미원주민들은 우리의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에 있는 동그란 지문을 가리켜 태초에 위대한 신령이 우리의 조상들에게 불어넣은 생명 의 숨결의 흔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북미원주민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나의 행위는 내 주위의 존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런 관계는 사람들 사이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식물, 인간과 자연, 인간과 물질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북미원주민들은 모든 생명체를 공경하며, 그들과 균형과 조화의 길을 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그들은 ‘아름다움의 길’, ‘축복의 길’이라 부른다.
『백제금동대향로』의 저자. 한국고대문화사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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