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어록청상] 25. 정존과 동찰
정존(靜存)과 동찰(動察)
정존(靜存) 즉 고요히 보존하는 것과, 동찰(動察) 곧 움직여 살피는 것은 서로 보완하여 이루어진다. 능히 정존하지 못하면 동찰할 수가 없다. 정존하는 공부는 마땅히 어떻게 힘을 쏟아야 할까? 주경(主敬)을 본체로 삼고 궁리(窮理)를 말단으로 삼는다. 이때 궁리란 깊고 오묘한 이치를 탐색하여 온갖 변화를 장악한다는 말이 아니다. 일상의 윤리 중에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을 헤아리고 가늠하여 가만히 속으로 살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버이께서 어떤 명을 내리시면 내가 마땅히 어떻게 순종해야 할까, 임금께서 어떤 일을 시키시면 내가 마땅히 어떻게 이를 받들까를 헤아리는 것이다. 또 전쟁이 나거나 오랑캐나 도적 등의 일을 당했을 때 내가 마땅히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일일이 마음으로 가늠을 정해두어야 능히 일에 닥쳤을 때 베풀어 써서 뒤죽박죽 엉망이 되는 병폐를 면하게 된다. 이것이 정존으로 동찰하게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러한 헤아림을 너무 지나치게 해서 멋대로 따지고 망녕되이 생각하는 지경으로 흘러가면 함양하는 공부에 크게 방해가 된다. 모름지기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탕을 다져 ‘경(敬)’이란 한 글자를 마음에 깃들여야 정존의 참된 경지인 것이다.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9-93 靜存動察, 相須而成. 蓋不能靜存, 無以動察. 然靜存之工, 當如何著力. 主敬爲本爲體, 而窮理爲用爲末. 所謂窮理, 非謂探玄索奧, 汎濫萬變也. 凡吾日用彝倫之所當行者, 皆商度料理, 默然內辨. 如商度親有某命, 我當如何順之. 君有某使, 我當如何承之. 又如商度有干戈搶攘, 虎狼盜賊等事, 我當如何應之. 一一有定計在中, 然後能臨事需用, 免有顚錯慌亂之病. 此靜存之所以爲動察也. 雖然此個商度, 煞過分數, 犯了胡思忘想界裏去, 便於涵養之工, 大有妨害. 須常常提醒團築, 一敬字在腔內, 方是靜存眞境.
덮어놓고 덜렁대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 죽치고 앉아 따지기만 해도 안 된다. 가만히 살펴 헤아리고, 실제에 나아가 살필 때 동정(動靜)이 때를 얻고, 시비(是非)가 곳을 얻는다. 관념은 실제와 만나 날개를 단다. 정존과 동찰, 이 둘의 긴장과 조화가 공부의 관건이다. 정존만으로는 자칫 끝간 데 없는 망상으로 이어진다. 동찰만으로는 앞뒤가 전도되고 선후가 착란된다. 정존할 때 정존하고, 동찰할 때 동찰하면 된다. 정존할 때 동찰하고 동찰할 때 정존하면 안 된다. 이 분간을 세우는 것이 공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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