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영혼

[스크랩] 아낌없는 희생 & 애꿎은 희생

문근영 2015. 11. 24. 02:20

 

 

 

아낌없는 희생 & 애꿎은 희생

(The Gift Outright & The Gift Mistreated)

: 로버트 프로스트와 줄리아 알바로즈의 시에 기대어

 

- 뽀비 에누 선교사

 

 

미국 J. F. 케네디 대통령의 시인이라 불리는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그는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의 축시를 낭독했을 정도로 대통령의 총애와 존경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때는 아직 일러 당시만 해도 동경해 마지않는 영국의 흉내를 내어 계관시인(桂冠詩人, Poet Laureate)의 제도가 없었던 시대였음에도 로버트 프로스트는 미국 정계 최상위급 사람들에게 이미 정평이 나 있을 정도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다음은 그의 대표적인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다.

 

 

The Road not Taken -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난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비슷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로 미루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 라고.

 

 

이 시를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감흥과 느낌이 남다를 것이지만, 이 시를 통해 절로 깨닫는 것은 일상에 묻힐지도 모를 잠시 잠깐의 멈춤의 여유가 있으며, 그 흔한 길이 아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한 감격, 그리고 그로인한 초연한 자세가 엿보인다. 그 문학적 가치를 따져 묻기 전에라도 말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쓴 작가의 마음은 무엇을 바탕으로 했을지 또한 그 고운 심성을 갖추기까지 함께 했던 우주적 동지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 아낌없는 희생(The Gift Outright) by Robert Frost

설사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다하더라도, 이 작은 선교사가 알고 있는 또 다른 시가 있다. 이 시를 읽는데 있어 나는 이 시를 지은 저자가 동일한 인물인지를 재차 물을 수밖에 없었다. 멈춤의 여유를 알고, 현상이 아니라 이면의 시간과 공간을 꿈꿀 줄 아는 사람, 그러나 자신만의 역사, 자신만의 정의에 매몰된 사람이 동일 인물이란 점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말로 옮기는데 다소 애를 먹었던 부분이 있었던 점을 미리 밝혀둔다.

 

 

 

 

1961년 J. K.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 84세의 Robert Frost가 노구를 이끌고 단에 나와 시를 낭송하고 있다.

 

 

 

The Gift Outright - Robert Frost

 

The land was ours before we were the land's.

She was our land more than a hundred years

Before we were her people. She was ours

In Massachusetts, in Virginia,

But we were England's, still colonials,

Possessing what we still were unpossessed by,

Possessed by what we now no more possessed.

Something we were withholding made us weak

Until we found out that it was ourselves

We were withholding from our land of living,

And forthwith found salvation in surrender.

Such as we were we gave ourselves outright

(The deed of gift was many deeds of war)

To the land vaguely realizing westward,

But still unstoried, artless, unenhanced,

Such as she was, such as she would become

 

 

 

아낌없는 희생 - 로버트 프로스트

 

이 땅이 우리의 것이었음은 우리가 이 땅의 사람들이 되기 전부터였다.

이 땅이 우리의 것이었음은 백년 그 이전부터,

곧 우리가 이 땅의 사람들이 되기 이전부터였다.

이 땅은 메사추세츠에서 그리고 버지니아에서도 우리의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영국의 것이었고 여전히 식민지의 사람에 불과했던 것은,

그때까지는 우리 것이 아닌 것을 갖고 있었을 따름이었으며,

이제는 더 이상 종속되지 않는 것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었던 탓이었다.

우리를 억누르던 무언가가 우리를 나약하게 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음을 깨달아 알게 되었을 때까지

우리는 우리 삶의 터전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항복을 통해 구원을 찾았다!

대단한 것이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하여

(이러한 희생의 공로란 전쟁의 공로였다.)

모호하게나마 서쪽으로의 행보를 구현하고 있는,

그러나 아직 역사도 미미하고, 볼품없으며, 발전하지 못한 이 땅을 위해 주었다.

이 땅이 우리의 것이었던 것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기에.

 

 

이 시는 1961년 J. K.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때 로버트 프로스트가 직접 낭송한 것으로 유명하다. 본디 케네디 대통령을 위한 헌정시를 준비했으나, 눈에 반사된 햇빛으로(Sun glare) 인해 준비한 원고를 읽지 못해 암송하던 이 시를 대신 낭송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84세였던 때였다. 이 시를 우리말로 옮기는데, 몇몇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특별히 제목부터 그러했는데, “The Gift Outright”를 어디선가는 “아낌없이 주는 선물”이라고, 또 다른 곳에서는 “분명한 선물”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 시 어디를 두고서라도 제목을 그리 정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시에서 Gift 그리고 Outright가 사용된 곳은 “we gave ourselves outright (The deed of gift was many deeds of war) To the land.......”라고 한 부분인데, 여기서 gift가 다름 아닌 give ourselves의 표현과 연관되어 쓰인 것이라면, 단순히 “선물”이라고 번역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낌없는 희생”이라 했다. 또한 Such as의 시에서의 용례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으며(특히 12행에서), 마지막 “Such as she was, such as she would become”의 옮김은 첫 번째 행과 두 번째 행의 “The land was ~. She was ~”와 수미 쌍관법을 이루는 것으로 옮겼다. 오역을 찾는 분은 일러주시기 바란다.)

 

 

이시를 두고 미국에서 어떤 논쟁을 벌이는 지 Google을 통해 검색을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표적으로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서두의 “이 땅이 우리의 것이었음은 우리가 이 땅의 사람들이 되기 전부터였다. 이 땅이 우리의 것이었음은 백년 그 이전부터, 곧 우리가 이 땅의 사람들이 되기 이전부터였다.”라는 표현이었다. 이는 흔히들 말하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를 대변할만한 표현이다.

 

유럽 이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살인과 약탈이 있었다. 그 과정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으나, 차마 인간의 탈을 쓰고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끔찍하고도 잔인한 학살의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책들을 구입해 읽을 때마다 “과연 사람이 사람에게, 그것도 종파는 서로 차이가 있을지언정, 당시 대부분의 이주민이 갖고 있던 종교가 기독교였는데, 어떻게 인디언들에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유는 간단했다.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유럽 이주민들은 인디언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과, 둘째로 그들은 신대륙을 차지하는데 필요한 “차별의 이데올로기”(Ideology of Discrimination), 곧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거리낌 없는 침략의 정당화에 세례를 받았던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이 땅 신대륙은 우리들이 이 땅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준 땅”이라는 논리에, 그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유재산”의 문제에 있어서 이미 오래전 그 사상적 논거가 되었던 영국의 근대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의 [통치론]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알아보겠지만, 이러한 사상을 읊조릴 수 있었다는 사실, 즉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존경해 마지않는 J.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 노구를 이끈 84세의 시인이 그 취임식에 맞추어 마치 살기와 전의를 가다듬듯 “이 땅은 원래 우리 땅”임을 상기시켰다는 사실은, 몸서리치도록 부끄러워해야 할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지독한 집단 최면술에 얼마나 깊숙이 빠져 있던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새로운 전환점 : [January 20, 2009] by Julia Alvarez

지난 2009년 2월에 제 44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의 아티스트 U2의 축하 무대도 있었기에 더욱 더 흥미로운 시간이었는데, 이 날 미국의 시인(Dominican-American) 줄리아 알바레스(Julia Alvarez)는 바로 위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The Gift Outright”를 풍자적으로 비판하며 읊었다. 그녀는 이 시를 소개함에 있어, 자신이 10살 때인 1961년 J. K. 케네디의 취임식에 있었던 프로스트의 암송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음을 회상하는데, 프로스트가 자신의 시 “The Gift Outright”를 통해 주장하려고 했던 것이 단 한 번도 진실처럼 다가왔던 적이 없다며 대놓고 조롱하듯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쓴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에 맞춘 그녀의 시 “January 20, 2009”의 전문이다.

 

 

 

January 20, 2009 - Julia Alvarez

 

The land was never ours, nor we the land's:

no, not in Selma, with the hose turned on,

nor in the valley picking the alien vines.

Nor was it ours in Watts, Montgomery--

no matter what the frosty poet said.

We heard the crack of whips, the mothers' moans

in anthems like an undertow of grief.

The land was never ours but we believed

a King's dream might some day become a deed

to what we did not own, though it owed us.

(Who had the luxury to withhold himself?)

No gift outright for us, we earned this land

with sorrow's currency: our hands, our backs,

our Rosas, Martins, Jesses, our Baracks.

Today we give our land what we withheld:

the right at last to call itself one nation.

 

 

2009년 1월20일 - 줄리아 알바레즈

 

그 땅은 결코 우리의 것이 아니었고, 또한 우리 역시 그 땅에 속한 바 없었다.

아니었다, 물대포를 쏴대는 셀마에서도 아니었고,

외국산 포도주를 따던 그 계곡에서도 아니었다.

또한 몽고메리의 와츠에서도 아니었다.

그 늙은(frosty) 시인이 뭐라 말하든 말이다.

우리는 비통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던 애가를 통해

채찍에 찢기는 소리와 어머니들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그 땅은 결코 우리의 것이 아니었으나, 우리가 믿는 바,

킹(King)의 꿈은 우리가 소유하지 못했던 것을 위해

설사 우리에게 빚지고 있다하더라도, 언젠가 행동으로 옮겨질 것이다.

(스스로를 억누르는 그런 호사를 누렸던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를 위한 아낌없는 희생이란 없으니,

다만 우리가 이 땅을 얻은 것은 지금의 눈물,

곧 우리의 헌신과 책임, 많은 로자들, 마틴들, 제시들, 버락들로 인한 것이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땅을 우리가 방치해 두었던 것,

곧 마침내 스스로 하나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는 권리에게 준다.

 

 

줄리아 알바레스는 “frosty poet”(늙은 시인)이란 표현을 쓰면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를 풍자하고 있다. 또한 이 땅은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었으나, 수없이 많은 인권 운동가들, 곧 로자 파크스, 마틴 루터 킹, 제시 잭슨, 그리고 그 날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같은 사람들의 헌신과 책임감 있는 용기로 인해 일구어진 것이라 말한다. 이는 분명 미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 한층 진보된 역사의식이다. 유럽 이주민들만의 나라, 곧 삐뚤어진 역사의식과 소유 개념을 고스란히 적용한 채로 이 땅을 통째로 삼켜버린 사람들만의 나라가 아니라, 수없이 많이 죽어간 미국의 노예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의 희생으로 경작된 나라이기에 이 땅을 “하나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노래한다.

 

 

 

** 남겨진 물음들 : 애꿎은 희생(The Gift Mistreated)

그러나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그렇다면, 이 땅 토착민들(The Indigenous)의 인권, 그들의 애꿎은 희생(The Gift Mistreated)은 어디로 갔는가? 본래 이 땅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 그 좋은 땅과 물을 빼앗겨버렸고, 이제는 황량한 땅에 그어진 금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해야 할 날은 아직 요원한 것이란 말인가?

 

아낌없는 희생(The Gift Outright)의 시대는 분명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2009년 1월 20일도 결코 애꿎은 희생(The Gift Mistreated)의 시대를 반영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 땅 흑인들의 애환과 일그러진 역사로 인해 그들이 자축해야 할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 믿는다.

 

하지만 설사 이것이 미국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더라도, 로버트 프로스트에 잇대어 말하자면(Such as she would become), 인디언의 삶과 그들의 인권이 재-선포되고, 지난 날 동안 있었던 그 무수히 많은 애꿎은 희생들에 대해 참회하는 “그러한 날은 곧 와야 할 것”인 까닭이며, 줄리아 알바레스에 기대어 말하자면(The land was never ours, nor we the land's.), 이 땅의 존재에 대해 그들이 듣도 보도 하지 못했던, 그 훨씬 이전부터 살고 있던 그 착하고 고매한 영혼들의 후손들이 미약하게나마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는 까닭이다. 이제 인디언들이 말할 날이 와야 한다.<뽀비 에누 선교사 씀>

 

 

"이 땅은 우리의 것이었다, 이 땅은 결코 그대의 것이 아니었다.

이 땅은 우리의 것이었다, 이 땅이 그대들의 것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The land was ours, the land was never yours.

The land was ours, even before the land was yours.”

 

 

 

** Julia Alvarez에게 인디언 선교사로서 아쉬운 점을 메일을 보낼 것입니다. 현재 그녀는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백인 주류 사회에서 이와같은 시를 쓸 수 있는 문학가이기에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인디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훨씬 더 영향력있는 글들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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