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대금(위 산조대금, 아래 정악대금) ⓒ 김영조
|
|
|
|
“어떤 가슴이 저 소리로 울려나는 것일까 저리고 시린 가슴 눌리고 맺힌 가슴 썩고 문드러진 가슴이 삭고 삭아서 몇천 년을 또 그런 가슴 만나 울려나는 것일까 깊은 만큼 높고 흐린 만큼 맑게 이제야 흘러흘러 울려나는 것일까“
백우선은 “저리 높고 맑은 - 대금산조‘라는 시에서 대금을 이렇게 노래한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돌(石)소리 보다 쇠(鐵)소리, 쇠(鐵)소리 보다 실(絲)소리, 실(絲)소리보다 대(竹)소리, 대(竹)소리보다는 사람의 목소리가 으뜸이라고 하지만 사실 모두 제각기 독특한 음색들이 있다. 그 가운데 대(竹)소리는 웅장하고 청아한 음률 속에 자연의 숨소리가 표현되고 그 소리는 외적인 것보다는 가슴 속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 대(竹)소리를 내는 우리 전통 관악기 중 하나인 대금은 중금. 소금과 함께 신라삼죽(新羅三竹)인 '가로저(橫笛)'의 하나이다. 또 대금은 ‘저’ 또는 ‘젓대’라고도 하는데 정악대금(正樂大笒:풍류대금)과 산조대금(散調大笒:시나위젓대)의 두 종류가 있고, 살이 두껍고 단단하며, 양쪽 줄기에 홈이 깊이 팬 병든 대나무인 쌍골죽(雙骨竹)으로 만든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약 1300년 전 신라 신문왕 때 동해 한가운데 갑자기 거북이 머리 같은 모습의 조그만 산이 생겼는데 그 산 위에 한 개의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두 개가 되고 밤에는 한 개로 합쳐졌다. 이를 이상히 여긴 왕이 신하를 시켜 그 대나무를 잘라 옆으로 부는 악기로 만들었다.
이 악기를 불면 "적병이 도망가고 병이 치유되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바다에 거친 파도가 일어날 때는 잔잔해졌기 때문에 국보로 소중하게 여겼다."라고 하여 만파식적(萬波息笛)으로 불렀다고 전한다. 하지만, 대금의 기원은 이러한 기록보다 훨씬 오래전에 만들어 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
|
▲ "이생강의 대금소리" 음반 표지 ⓒ 신나라
|
|
|
|
60해 동안 대금 인생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고, 대금과 함께 피리, 쌍피리, 단소, 소금, 퉁소, 태평소 등 모든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타고난 예인이자 전설적인 연주자"란 찬사를 받는 죽향 이생강 선생이 대나무의 푸르름으로 시도하는 '위대한 우리소리' 2탄 “대금 소리” 음반을 신나라(회장 김기순)를 통해 발매했다.
'위대한 우리소리', 우리 겨레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뿌리내린 우리의 가락.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즐겨 부르고 연주하는 가락을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이번 음반은 그 '위대한 우리소리'의 연속음반 가운데 하나이다. 이 음반을 낸 신붕민속예술은 '위대한 우리소리' 연속음반을 내게 된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세상을 맞아 우리가 이루어야 할 것은 우리의 역사 안에서 자라온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깊게 이해하며 계승하는 것이다. 즉 전통문화를 한층 더 깊게 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운 마음의 문화를 몸에 익혀 가야한다. 그런데 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렇게 훌륭한 전통문화를 외면한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들이 이러한 우리 전통문화의 깊은맛을 이해하며 사랑하려는 노력이 적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대로는 귀중한 우리 전통문화가 미래에 사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위한 음악적인 재조명과 동시에 정비작업을 이루고자 <죽향 이생강의 위대한 우리소리>시리즈를 출반하게 됐다."
죽향 이생강 선생은 대금 연주에서 호흡은 소리의 원천이라 하여 호흡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즉 이생강 선생의 대금을 연주하기 위한 호흡법은 내부 호흡으로서 배꼽 아래에 힘을 모아 뱃속으로부터 입 밖으로 '허'하고 내미는 입김(복식호흡)을 말한다.
또 외부 호흡은 찬 바람이며 내부 호흡은 뜨거운 기운을 얘기한다. 외부 호흡으로 소리를 내면 반주 음악이나 효과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음이 거칠고 탁하기 때문에 듣기가 거북하다. 그리고 호흡이 짧아 자주 호흡을 해야 하므로 오래 연주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리고 상·중·하 음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내부 호흡으로 소리를 내게 되면 맑고 부드러운 음이 나오면서 호흡도 여유있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생강 선생은 대금을 연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내부 호흡을 권하고 있다.
 |
|
|
▲ 대금을 연주하는 이생강 명인 ⓒ 김영조
|
|
|
|
연주자 죽향(竹鄕) 이생강(李生剛) 선생 하면 우선 대금이 떠오를 만큼 그는 대금으로 유명하다. 대금산조 예능 보유자로서 중요무형문화재 45호인 그는 갓 쓰고 도포입고 대금을 들어 산조나 시나위, 민요 가락을 연주하던 단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전형적인 국악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강한 인상을 우리에게 주었던 것은 그가 고 길옥윤님과 함께 가졌던 잼셋션에서 원래 5 음계 악기로 만들어진 우리의 젓대로 7 음계 음악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던 모습이었다. 원래 양악기를 가지고도 대가가 아니면 협연하기가 어렵다는 재즈의 잼셋션을 우리의 젓대를 들고 멋스럽게 연주해내는 그의 음악적 감각과 재능은 가히 당대에는 겨눌 사람이 없다 할 만했다.
특히 1960년대부터 유럽지역의 40여 개국 순회연주를 했는데 1960년 프랑스 국제 민속예술제에 참가하여 당시 반주 악기로만 여겨왔던 대금으로 처음 독주를 하여 현지 언론이 "마치 수십만 마리의 꿀벌들이 꽃을 나르기 위해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와 비슷하다."라고 격찬을 했다. 그로 인해 당시 한국 특히, 한국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서양 사람들에게 우리의 대금소리를 세계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음반은 두 장인데 모두 41곡이 들어있다. 여기엔 창부타령, 청춘가, 매화타령, 상주함창 연밥 따는 노래, 제주 오돌독, 진도 아리랑, 개성 난봉가, 베틀가 같은 대부분 민요를 연주한 것인데 죽향 이생강 선생은 좀 밋밋한 느낌이 날 만한 이 곡들을 멋진 가락으로 꾸미고 여러 형태로 바꿔 연주하면서 민요의 동질성이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 완전한 기악으로 승화시킨다.
 |
|
|
▲ 제자들과 함께 대금을 연주하는 이생강 명인 ⓒ 김영조
|
|
|
| 이 음반은 이생강 명인의 대금 연주에 가야금에 임경주, 징,목탁에 이호용, 장고에 이관웅이 함께했다.
죽향 이생강! 그는 한국 최초로 국악을 서양음악에 접목한 최고의 연주자이다. 그는 피리로 '오 대니보이'를 멋지게 연주한다. 이생강은 기존의 박종기류 대금산조와 한주환류 대금산조를 복원했고, 본인의 작품인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120분 넘게 연주한다. 전추산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고 했던 단소산조를 복원하고 더 멋지게 연주한 것도 이생강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사)죽향대금산조원형보존회‘를 통해서 대금산조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인은 지난해 11월 30일 삼성동의 ‘한국문화의 집(코우스)’에서 ’국악신문사‘ 주관으로 “해설이 있는 대금 연주”를 한 바 있었다. 수술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몸으로 작은 공연장에서 청중을 바로 코앞에 놓고 혼신의 연주와 진지한 설명을 하는 그에게 청중들은 감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이생강이 녹음한 대금 음반은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하지 않은가? 눈 내리는 계절, 깊이있는 그러면서도 맑은 쪽빛 푸름의 대나무 소리 들어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