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2003년[강원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문근영 2015. 4. 13. 09:02
2003년[강원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섬강에서


  -장시우


 열리지 않는 섬

 꽃망울을 피어 올린 몸짓은 힘겹다

 눈뜨지 못할 아침이 찾아와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햇귀는 그늘을 지운다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풀꽃은 잠시 흔들렸다

 가슴깊이 물이스며

 들숨 날숨이 뒤섞인 섬강은

 뿌리 속으로 물이 들었다

 물떼새 날갯짓 따라 흐른다

 눈감으면 발목에 감기는 강물소리

 그는 울음을 강바닥에 묻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달맞이꽃과 같아서

 그에게 가서 입을 맞춘다

 풋잠처럼 씨앗처럼.



심사평
예심에서 넘어온 12편의 작품 중 진유의 `풍경' 장시우의 `섬강에서' 김린의 `눈이 녹지 않는 집' 김정학의 `가벼워지는 집' 장은선의 `산골 폐교에서'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장은선의 `산골 폐교에서'는 폐교가 간직한 세부를 무리없이 담아냈으며 김정학의 `가벼워지는 집'은 집에 묻어 있는 삶의 얼룩들이 정감있게 형상화되고 있으나 후반부가 소홀했다는 느낌이다.
김린의 `눈이 녹지 않는 집'은 생의 온기가 빠져나간 현실을 밀도있게 다뤘지만 거기에 그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유의 `풍경'은 한(생각)을 담아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그 부족함이 없다는게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장시우의 `섬강에서'도 문제점이 없는것은 아니나 유연하고 신선하다.
신춘문예가 작품의 완벽성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과 새로운 비젼을 제시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것이고 보며 기쁜 마음으로 `섬강에서'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이상국<시인>




당선소감 - 장 시 우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있었습니다
무작정 그 길을 걸었습니다
한참 걷다 보니 과연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어디로 이어지는 길인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주저앉아 돌아가고 싶은 순간
문득 눈앞에 보이는 이정표 하나,
길 열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길을 물었을 때 가르쳐 주신
양진오, 오봉옥, 이충이 선생님께,
늘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두 아들 준호, 준형이
그리고 내 편에 서서 함께 길을 걸어준 친구에게
늘 빚쟁이가 되어 살아가는 느낌 지울 수 없습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처음 길을 나설 때 신발끈 조여 매는 마음으로
이 길 걷겠습니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時雨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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