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30일. 일본의 어느 중학교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다녀왔다. 처음에는 소재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했다. 평소 잘 안다고 생각했던 조국이지만 정작 소개하라하면 쉽지 않은 과제였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본의 성인여성을 상대로 한국 요리교실 등을 해왔지만 중학생을 상대로 초청강연을 받으니 어떤 얘길 해야 할지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모처럼의 한국소개의 기회인지라 이야깃거리를 찾아 고민하다보니 의외로 술술 풀렸다.
한국만을 얘기할게 아니고 긴 세월에 걸쳐 교류해온 한국과 일본열도의관계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것은 평소 내가 활동하는 목적을 생각할 때 당연히 귀착하는 결론이었다. 나는 일본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도쿄지회 활동과 무지개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은 재일동포, 한국인(뉴커마), 일본인들이다. 뉴카마와 재일동포는 그 뿌리는 같으나 헤어져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그 거리가 멀다, 그 거리가 먼만큼 슬픔과 아픔도 비례하곤 한다.
우리는 일본정부와는 별개로 일본인들과는 인간적인 교류를 가지려고 노력을 한다. 말하자면 한일관계와 또 우리가 겪은 역사의 그 뒤틀린 아픔 속에서 이곳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보려고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들 시민들을 표기할 때 '재일'을 맨 앞에 적는다. 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제 나라에서 하는 고생과 차별과 억압받는 남의나라에서 하는 고생은 맘에 들던 안 들던 '국가'라는 든든한 '백'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 일본시민들에 비하면 그 고생의 알맹이가 더 짠하고 정말작은 존재여서 제일 먼저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일본 중학생들에게는 구석기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한국과 일본열도의 교류사를 얘기했는데 일방적인 이야기 보다는 함께 확인하는 식으로 했다. 특히 고대일본문화의 전성기인 아스카문화의 바탕이 되어준 백제, 신라, 고구려 문물의 전파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과 그 이후의 조선통신사의 얘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재일본 한일 시민들이 작년 한해에도 여러 가지 작은 활동들을 해왔다. 특히 무지개회와 민문연 도쿄지회의 어머니들은 한국의 식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소개, 판매하면서 생긴 수익금의 일부를 한국의 뜻 깊은 불우이웃돕기 김장성금에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아동도서에 번역을 붙여서 조선학교, 일본도서관, 일본소학교에 기증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작년부터는 이런 활동과 노력의 바탕 위에서 대중적인 한류붐을 시민 한류붐으로 재창출 해보자며 일본인들과 함께 '전통찻집'을 구상 중에 있다.
특히 한글과자는 지금 한글틀을 시범제작 중인데, 시범제작을 거쳐 한글과자가 세상에 나올날이 기다려진다. 이모든 활동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뿌리는 작은 씨앗들이다. 2012년의 활동을 돌아보며, 2013년은 풀뿌리 시민들이 더욱 평화를 갈망하여 문화연대로 서로 손잡고 나가야할 시대이다.
독자 조영숙 / 민족문제연구소 도쿄지회 총무, 무지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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