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거대한 성당
글쓴이 : 송재소 날짜 : 2012-06-19 06:48
며칠 전에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세계 2위의 관광대국답게 볼거리들이 풍성했다.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보면서 경탄을 금치 못했고, 피카소를 비롯하여 그레꼬, 벨라스께스, 고야 등의 그림을 원화(原畵)로 감상하는 호사도 누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스페인 관광의 백미는 가톨릭 성당 구경이다. 스페인에는 도처에 수많은 성당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똘레도의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스페인의 수석성당이란 명성에 걸맞게 웅장하고도 화려하다. 1227년에 착공하여 266년만인 1493년에 완공된 대성당은 길이120m, 폭 60m, 중앙 천정의 높이가 45m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종교적 열망 때문인가, 세속 권력을 위해서인가
지금과 같은 현대적 기계 설비가 없던 시절에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건조물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마도 종교의 힘이었을 것이다. 스페인의 성당들은 마치 키 재기라도 하듯이 모두가 하늘 높이 솟아있다. 이것도 하늘에 계신 하느님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종교적 열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 건축물들을 보면서 중세인들의 신앙심에 깊은 감동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위압적인 성당을 건축함으로써 교회의 권위를 과시하고 일반 신도들의 경외심을 불러 일으켜 그것을 바탕으로 교회의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려는 의도는 없었을까?
제1차 십자군 원정 때 로마 교회는 강도 등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이들을 원정군에 동원했다고 하는데, 범죄자들로 하여금 원정군에 참가함으로써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교회의 절대적인 권위가 필요하다. 교회의 재정을 보충하기 위하여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판매하는 행위도 교회의 확고부동한 권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늘 높이 치솟은 웅장한 성당은 이러한 교회의 권위를 지탱하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었을까? 1517년 마르틴 루터가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하여 종교개혁의 불씨를 당기기 전까지 로마 교회는 죽은 자의 면죄부까지 만들어 판매할 만큼 타락해 있었는데 그와 반비례하여 성당 건물은 더욱 웅장해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사실상 참다운 신앙과 교회 건물의 크기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 아닌가? 작지만 소박하고 아담한 성전을 짓고 그 안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올바른 길이 아닐까? 불교도 마찬가지이다. 꼭 크고 화려한 절을 지어서 거대한 부처님을 모셔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산속의 이름 없는 조그마한 암자에서 경건하게 정진하는 고승(高僧)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교회나 사찰이 신앙 본래의 본무를 이탈하여 비본질적인 외적 규모나 양적 팽창에 관심을 가지면 타락하기 쉽다. 불교 조계종의 지도급 승려들이 호텔방에서 도박판을 벌인다거나 대형 교회의 목사들이 자식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는 등의 행위는 이러한 타락의 한 징후라 볼 수 있다.
커질수록 타락하기 쉽고, 높을수록 비판 소리 높아
신문 보도에 의하면 최근 연평균 100여 건의 교회건물이 매물(賣物)로 나온다고 하는데 대부분 교회 신축을 위해 빌린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꼭 필요한 건축도 있었겠지만 교회건물을 더 크게 확장하려다 파산한 경우가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안양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정(自淨) 운동이 주목을 끈다. 즉 안양시장의 권유에 따라 교회는 첨탑의 높이를 3m 정도로 낮추고 야간에는 십자가의 조명을 끄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한관희 목사(안양시 기독교연합회)의 말은 더욱 신선하게 들린다. “교회에 첨탑이 높아지는 것만큼 교회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졌어요. 그런 것은 절대 복음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그런 취지로” 그렇다. 이제는 모든 종교인들이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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