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축] 이인서 시인 201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근영 2015. 1. 4. 19:44

 

25_시 모자이크.jpg
쨍하는 소리와 함께 앞집 유리창이 깨졌다 얼음판을 돌로 친 것처럼 어느 일성이 내놓은 모자이크, 여전히 붙어있는 파편들은 찡그린 얼굴 같다

작은 구멍이 난 곳을 정점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간 사나운 선들, 그 앞을 누군가 서성거리고 창밖의 나무 한 그루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 서 있다

살얼음이 낀 12월의 안쪽은 왠지 범죄 냄새가 난다 조각 난 얼굴 위로 가끔 변검을 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모자이크 속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깨어진 균열의 힘으로 버티고 서 있는 집, 깊숙한 구석까지는 채 다다르지 못한 금

깨진 햇빛 조각 하나가 섞여 있는 창문

문을 꽝, 닫으며 뛰쳐나가는 여자 뒤로 은행나무 마른 가지들이 뿌연 하늘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

 

 

 

[2015 경인일보 신춘문예]시 부문 심사평/문정희·유성호

안정성·진정성·밀도 잘 어우러진 결실

▲ 문정희(오른쪽) 시인과 유성호 문학평론가가 시부문 평가를 하고있다.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다. 그 매체적 위상이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경인일보에 읽을 만한 작품들이 이렇게 많이 투고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부쳐진 작품들을 여러 차례 읽어가면서, 일부 작품들이 만만찮은 안목과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시단의 주류 형식을 추수하거나 판박이에 가까운 관습적 상상을 보여주지 않고,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에 정성을 쏟은 것도 퍽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시의 미래적 좌표를 개척해가는 생산적 면모라고 생각되었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분들을 가나다순으로 밝히면 김건화, 김덕현, 김재희, 김효숙, 소선아, 오늘샘, 이인서, 이준성, 한용규 씨 등이었다. 오랜 토론 끝에 심사위원들은 이인서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이인서 씨의 '모자이크'는 몇 개의 감각적 장면들을 모자이크한 일종의 감각 시편이다.

충격과 반응으로서의 '돌'과 '파편' 사이에서, '구멍'과 '사나운 선' 사이에서, '목소리'와 '얼굴' 사이에서 각각의 모자이크들은 스스로의 독자성과 서로를 얽는 연관성을 동시에 완성하고 있다. 결국 "깨어진 균열의 힘으로 버티고 서 있는 집"이라든지 "깊숙한 구석까지는 채 다다르지 못한 금" 등의 표현이 시인이 '시'를 통해 가 닿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불가피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알려준다. 그래서 "깨진 햇빛 조각 하나가 섞여 있는 창문"은 시인이 가 닿아야 할 '시'의 궁극적 좌표가 되는 셈인데, 결국 이 시편은 자신이 어떤 시를 써야 할지를 모자이크로 그려낸 일종의 메타시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성과 진정성 그리고 밀도가 잘 어우러진 결실이라고 생각된다.

당선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구체성 있는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적 성채를 구축한 경우를 많이 발견하였다는 점을 덧붙인다. 시적 대상을 좀 더 일상 쪽으로 구체화하여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자들을 애정 깊게 응시한 결실들도 많았다. 다음 기회에 더욱 풍성하고도 빛나는 성과가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번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심사위원
문정희(시인, 한국시인협회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출처 : 정동진역
글쓴이 : 별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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