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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대한(大寒)입니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한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은 다소 누그러진 마음입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보면 소한 추위가 대한 추위보다 훨씬 혹독한 때가 잦았습니다. "춥지 않은 대한 겨울 퇴각" "벌써 봄이 찾아온 듯" 같은 묵은 신문의 제목만 봐도 대한 추위가 별로 크지 않음을 알 수 있고 1938년 1월 23일 신문에는 울산지방의 아낙들이 대한 전날 냇가로 나와서 빨래를 빠는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집안에 우물을 두지 못한 아낙들이 꽁꽁 얼어붙은 냇물을 깨고 빨래를 해야 하는 한겨울 고생이 눈에 선합니다만 그래도 대한 무렵이면 꽁꽁 얼어붙은 물이 녹아 빨래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는지 흑백사진 속에는 많은 아낙이 옹기종기 냇가에 모여 빨래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대한으로부터 2주일 후면 입춘인 관계로 대지는 서서히 해동의 기지개를 켜고 냇물도 손을 담가 빨래할 정도는 되었던 모양입니다.
김영현의 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 보면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농사꾼들은 그걸 죽어 있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쉬고 있을 뿐이라 여기는 거지. 적당한 햇빛과 온도만 주어지면 그 죽어빠져 있는 듯한 땅에서 온갖 식물들이 함성처럼 솟아 나온다 이 말이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겨울 들판의 황량함도 대한을 고비로 슬슬 해동의 계절로 들어서는 것이지요.
그래도 아직은 추위 속인지라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옛 사람들은 끼니 걱정이 컸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세끼 밥을 두 끼로 줄이는 것이지요. 겨울철엔 나무 한두 짐씩 하는 것 외에 심한 농삿일은 없기 때문에 세끼 밥 먹기가 죄스러워 점심 한 끼는 반드시 죽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또 죽을 먹은 이유로는 양식이 있는 겨울에 아껴서 돌아오는 보릿고개를 잘 넘기려는 의지도 들어 있습니다. 좋은 난방시설 속에 살아가는 요즈음은 대한이나 소한 추위 같은 말도 점점 잊혀가고 있지만 양식을 아껴 돌아오는 봄의 보릿고개까지 생각하던 미덕은 되새겨볼 일인 것 같습니다.
독자 한진숙(도서관 사서, 경남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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