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지리산의 단풍은 절정이다. 붉게 타들어가는 가을산은 일에 찌든 도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아름다운 산을 품고 있는 구례는 예부터 인심이 후하고 도량이 넓은 고을이었다. 지리산 정기를 받은 탓인지 이 지방의 소리 역시 호방하고 우렁차다는 평을 듣는다. 동편제 판소리가 그것이다.
며칠 전 우리 고장에서는 ‘구례동편제소리축제2011’이라는 축제가 열렸다. 구례실내체육관과 서시천체육공원에서 열린 동편제소리 중심의 축제는 작은 도시 구례가 떠들썩한 잔치였다. 마침 판소리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듣는 서울친구가 있어 이번 축제에 불렀더니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내려왔다.
효녀 심청이 같은 친구와 팔순의 친정어머니는 동편제축제가 펼쳐진 사흘간을 꼬박 공연장을 지켰다. 농악놀이가 펼쳐지던 서시천체육공원에서는 막걸리 한 잔씩을 나누며 푸른 가을 하늘 아래서 우정을 나눴으며 끼니때마다 나는 섬진강에서 잡은 다슬기탕이며 지리산 산채비빔밥 따위의 맛나는 음식을 대접했다.
사흘 동안 펼쳐진 동편제소리축제에는 4개 부문 28개 종목이 선보였는데 둘째 날 노고단에서 하기로 되어 있던 ‘노고단 음악회’만 보지 못했을 뿐 나머지는 욕심 많은 서울친구 덕에 나도 한 종목도 안 빠지고 볼 수 있었다. 노고단 음악회는 친구의 팔순 어머니가 산을 오르기가 힘들어서 포기했다.
영화 ‘서편제’로 우리 국민이 판소리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동편제라고 하면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남원, 운봉, 구례, 순창 쪽에서 부르던 소리를 동편제라 하고 보성, 나주, 목포 쪽에서 부르던 소리를 서편제라고 하는데 어느 소리가 되었든 우리 겨레의 정서를 잘 드러내는 한겨레의 노래임은 틀림없다. 송우룡, 송만갑, 유성준, 박봉술, 정광수 같은 쟁쟁한 소리꾼의 고장 구례에서 이러한 판소리축제가 펼쳐지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올해로 3회째이지만 실은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축제 가운데 이생강ㆍ백인영 명인과 전인삼 명창의 공연은 청중이 열광하는 대단한 것이었다. 또 “나도 소리꾼”에서는 이제 흔적없이 사라지는 상여가 등장하고 상엿소리가 불렸으며, 어디서 쉽게 들을 수 없다는 구례향제줄풍류(무형문화재)도 무척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잔수농악의 흥겨움은 관객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문제는 서울친구도 지적했듯이 축제 참여자가 생각보다 차고 넘치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잔치란 예부터 빈대떡도 부치고 난장도 벌어지고 해야 흥이 겨운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소리를 듣는 귀도 즐겁고 풍성한 잔치 먹거리도 넉넉할 때 축제는 더 흥겨울 것이다. 사흘째 폐막 공연까지 보고 올라가는 친구를 배웅하며 내년에는 더 많은 서울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친구의 말이 어째 뜨끔하다. 주최 측인 우리 구례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홍보를 위해 힘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독자 김인숙 / 전남 구례읍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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