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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조 짓기 첫걸음 - 제 4 강 시조의 기승전결 / 김상은 시인

문근영 2014. 5. 2. 10:34

시조 짓기 첫걸음

 

김상은 시인

 

 

제 4 강 시조의 기승전결

 

  원래 기승전결(起承轉結)은 절구체(絶句體), 즉 한시(漢詩)를 구성하는 서술체계이다. 기구(起句)에서는 시사(詩思)를 제기(提起)하고. 승구(承句)에서는 시사(詩思)의 내용을 받아 전개하고, 전구(轉句)에서는 시의(詩意)를 한 번 굴려서 전환(轉換)하고, 결구(結句)에서는 전시의(全詩意)를 종합하여 결말을 맺는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기(起)는 자기가 쓰고자하는 시를 구상하여 제기(提起)하는 시작점으로서 작품의 방향을 담아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시작(始作)을 잘못 잡으면 처음에 의도했던 작품의 내용과는 상관없거나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승(承)은 기(起)를 이어받아 전개하며, 전(轉)은 기(起)와 승(承)의 내용과는 한층 의미가 깊은 쪽으로 전환하는 것으로서 작품의 성패가 달려 있다. 결(結)은 마무리로서 승(承)과 연관되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성을 암시한다.

  이백(李白)의 오언절구(五言絶句)인 야사(夜思)를 예로 들어보자.

 

  夜思

 

  (제1句) 牀前明月光(起)

  (제2句) 疑是地上霜(承)

  (제3句) 擧頭望明月(轉)

  (제4句) 低頭思故鄕(結)

 

  이와 같이 한시의 절구(絶句)는 4구로 이루어져 있어서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절구에 알맞게 되어 있다.

 

  위의 기승전결을 시조에다 응용하면 어떻게 되나?

  이미 말했다시피 시조는 3장으로 구성된다. 한시의 절구(絶句)나 율시(律詩)와는 그 체계가 다르다. 그런 까닭으로 그 적용에 있어서 약간 다르다. 절구는 4구로 되어 있어서 기승전결이 딱 맞게 떨어진다. 시조는 3장 6구  체제라서 딱 맞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승전결 그 자체는 변함이 없다. 기승전결을 시조에 적용하여보자.

 

  시조의 초장은 기(起)

         중장은 승(承)

         종장은 전(轉)과 결(結)이다.

                전(轉)은 종장의 첫 음보(音步), 또는 첫 구(句)

                결(結)은 종장의 제 2음보 이하 또는 둘째 구 이하로 보는 이가 있으나 엄밀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종장(終章) 전체를 그냥 전결(轉結)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제 시조 한 수를 골라 기승전결을 적용하여 자세히 설명을 해보기로 하자.

 

(初章) 이 아닌 밤중에 홀연히 마음 어리어져(起)

 

(中章) 잠든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보다(承)

 

(終章) 깨시면 나를 어찌나 손 아프게 여기실꼬!(轉 ‧ 結)

 

                             김상옥의 <어무님> 전문

 

  초장이 기(起)이다. “이 아닌 밤중에 홀연히 마음 어리어져”는 중장과 종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사(詩思)의 장(章)이다. “홀연히 마음 어리어져”를 제기 함으로써 “잠든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볼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홀연히 마음 어리어”지지 않았다면 “가만히 안겨”볼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중장은 승(承)이다. 초장 “홀연히 마음 어리어져”를 받아서 그 내용에 맞추어 전개하는 장이다. 그러니 “가만히 안겨보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종장은 전(轉)과 결(結)이다. 초장과 중장의 내용에다 이 시의 주제를 아우르는 장이다. 한 번 굴려(轉)서 결말을 맺는다는 뜻은 초장 중장의 의미를 아우르는 한 차원 높은 뜻, 즉 이 시의 주제를 이끌어낸다는 의미라고 말할 수 있다.

  “깨시면 나를 어찌나 손 아프게 여기실꼬!”에 이 시의 주제가 숨겨져 있다. 시적 화자(詩的 話者)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또한 어머니의 시적 화자에 대한 은근한 사랑이 이 종장 속에 암시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조 한 수를 기승전결을 생각하며 감상해보자.

 

  이파리

  빈 둘레가

  번뇌 가득 꿰었는가

 

  세월의

  가지 끝에

  아등바등 버티다가

 

  이제는

  서리를 이고

  바람 따라 나서네.

 

       김상은의 <겨울 이파리>

 

  초장은 종장의 주제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그 시작을 담아내는 起장이다. 시작을 잘못 잡으면 주제를 담아내기가 어렵다. 그러니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 초장에서, 겨울 나목에 이파리 하나가 대롱대롱 달려서 몸부림치고 있다. 이는 종장의 전 ‧ 결인 인생의 마지막을 예고하는 것이다.

  중장은 초장을 받아주는 承장이다. 번뇌로 가득 찬 허무한 인생을 상징하는 ‘이파리 빈 둘레’(초장의)가 세월의 가지 끝에 매달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모습(중장의)으로 이어진다(承).

  종장은 초장과 중장을 아우르면서 이 시조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아내는 轉 ‧ 結의 장이다. 轉, 즉 굴린다는 것은 주제를 담아내기 위하여 말머리를 한 번 돌려놓는다는 뜻이다. 위 시조의 종장 첫 음보인 ‘이제는’이라는 말은 결론인 주제를 이끌어내는 작용을 한다. 이제는 하는 수 없이 차디찬  서리를 맞고 어디론지 운명의 신을 따라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 시의 주제는 인간이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결국은 죽도록 운명 지워져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시조는 起 承 轉 結이 자유시에서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월간 한비문학'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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