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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독자얼레빗 21. 해마다 찾아가는 국립대전현충원을 말한다

문근영 2014. 4. 17. 08:20

독자얼레빗 21. 해마다 찾아가는 국립대전현충원을 말한다
 
 
 

                                         


나는 대전에 사는 독자로 올해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주부이다. 해마다 국가 기념일에는 대전현충원에 가서 애국지사묘를 둘러보며 아이들에게 애국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엊그제 광복절에도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현충원엘 다녀왔다. 특히 남편은 김구 선생의 어머님이신 곽낙원 여사를 존경하여 현충원에 가면 가장 먼저 이곳부터 찾는다. 그러나 곽낙원 여사 (1858~1939)의 무덤 건너편에는 백범 암살 배후인 김창룡 전 육군 특무부대장의 묘가 있어 갈 때마다 남편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현충원은 말 그대로 국가를 위해 순국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마디로 한국 근현대사의 모순과 질곡이 집약된 공간처럼 보인다. 2011년 8월 23일 주간경향 939호에는 한신대 김종엽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 “6·25 전사자, 상해 임시정부 요인, 국가유공자,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 친일파 등 한데 어울리기 쉽지 않은 인사들이 함께 묻혀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서로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이 한 곳에 묻혀있는 꼴이다. 영혼이 있어 이를 바라다본다면 정말이지 당장에라도 국립현충원을 떠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항일독립운동을 하느라 목숨을 내놓고 저항할 때 친일파들은 일신의 안위를 쫓아 불나방처럼 일제에 빌붙었다. 더러는 일본군의 앞잡이가 되어 제 동포에게 스스럼없이 총을 들이댔다.

그러한 전력이 있는 함량 미달의 사람들이 어찌 숭고한 독립운동가들 무덤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것일까? 남편과 나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해마다 김창룡 무덤을 파내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행동을 상세히 설명해주곤 한다. 올해도 작년과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항일과 친일을 분명히 가려 모시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만이 넓디넓은 현충원을 공허하게 맴돌 뿐이다. 두 아들의 손을 잡고 해마다 찾아가는 국립현충원은 숭고하게 순국한 분들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8월의 신록으로 물든 현충원을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애국지사들이 통곡이라도 하는 양 어디선가 철 늦은 매미 소리만 통곡처럼 들려왔다. 어린 두 아들이 알아채기 전에 국립현충원의 부적격자들은 하루속히 일가친척이라도 나서서 자발적인 철수를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국가도 뒷짐질 만한 일은 아니다.!


                                         독자 오현정 / 대전 유성구 봉명동 주부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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