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이성선
귀
내 귀를 비우고 싶네
거리의 소리가 너무 높아서
진실도 거짓도 알기 어려워
내 귀는 쉬고 싶네
내 귀를 이젠 바다를 향한
보석함으로 두고 싶네
사람의 파장을 띄어 넘어서
다른 떨림의 울림 속에 들어가 살고 싶네
풀잎 사이에 내려 놓고
풀잎들의 맑은 목소리나 듣고 싶네
나무들의 숲으로 가서
짐승과 별과 달과 바람이 얼굴 비비며
속삭이는 나라의 소리를 듣고 싶네
내 귀를 이젠 비우고 비워서
떨리는 사랑의 소리나 가려듣고 싶네
# 손톱으로 칠판을 박박 긁는 소리를 들으면 진저리가 쳐지지요? 독일 콜로그네 대학의 미카엘 욀러 교수 연구에 의하면 이 소리는 보통 사람들의 가청영역 중 아주 높은 음역에 속하며, 귀의 해부학적 구조에 의해 그 음이 증폭되기 때문에 더욱더 끔찍한 소음으로 전달된다는군요.
일반적으로 인간의 가청 영역은 약 20-20,000Hz사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코끼리는 20Hz 이하의 낮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개는 40,000Hz 이상의 소리를 들으며, 돌고래는 150,000Hz의 높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거리의 소리가 너무 높아서/진실도 거짓도 알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내 귀를 비우고 싶"어지는 마타도어들이 난무하고 있어요. 맑은 물에 "귀를 씻"고 싶은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람의 파장을 띄어 넘어서/다른 떨림의 울림 속에 들어가" 살면서 "나무들의 숲으로 가서/짐승과 별과 달과 바람이 얼굴 비비며/속삭이는 나라의 소리를 듣고" "떨리는 사랑의 소리나 가려 들"을 수 있도록 "귀를 비워" 보시면 어떨까요.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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