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들 / 김남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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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1927∼) 지난 세월 나에겐 시절을 달리하여 연인이 몇 사람 있었고 오늘 그들의 주소는 하늘나라인 이가 많다 기억들 빛바랬어도 그 각각 시퍼렇게 멍이 든 심각성 하나만은 하늘에 닿았고 오늘까지 살아 있으니 그들 저마다 어찌 나의 운명 아닐 것인가 그 시절 여자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손뜨개 털장갑을 선물했으나 나만이 그거나마 단 한 번 못했으니 오랫동안 그분들 손 시려웠을지 몰라 빌고 비오니 그저 영혼 따뜻하게들 계시고 후일 우리 만나거든 그 옛날 장마비처럼 그치지 않던 눈물 얘기도 부디 미소지으며 나누게 되기를…… 가슴께가 훈훈히 데워지면서 입 끝이 빙그레 올라가게 하는 시다. 먼발치에서 두세 번 뵈었을 뿐인 처지에 무람한 표현이지만, 요염하면서도 조신한 숙녀 스타일이시던데 참으로 담대하고 의연한 ‘사랑의 여걸’이셨구나! 하긴 인연 하나하나를 성심으로 갈무리하신 듯하니 의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 사람을 성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그만큼 자기 세계를 넓히는 것. 세계가 넓어지면 품이 넓어진다. 사랑에 빠지기를 두려워 말고, 실연도 너무 두려워 말자. 실연은 세계를, 품을 넓힐 기회이노니. 황인숙 시인 |
출처 :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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