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숲
남길순
봄날 병을 얻어 그 나무 아래 누웠네
생각나무, 생각나무, 겨우내 생각에 잠긴 나의 생강나무는
가지마다 노란 불을 환하게 밝히네
레몬트리, 레몬트리, 마른 숲 속에 환한 꽃
가지를 꺾어 코에 대면
오호라, 생강
먼 우주에 가 닿고 싶은 생강 냄새 퍼져 나가고
어느 별에 두고 온 분신이 있어
밤마다 별을 헤아리는 사람들
그 별 아래 숙연해지는 영혼들이 망울망울 매달린
생강나무 아래 서면
레몬트리, 레몬트리, 나는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
생각이 뚝뚝 떨어지는 생강나무
생강나무꽃 지고 나면 메마른 봄 산에 비가 온다 하네. 그 산의 나무들
연둣빛으로 피어나 드디어 환한 몸이 열린다고 하네
나는 아직 병든 봄 산,
생강꽃 핀 생각나무 아래 참나무 토막으로 벤치를 만드네
오늘 밤엔 내 오랜 친구에게
불 밝힌 생강나무 한 그루 바치려 하네
―『문학들』(2013. 여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조동례] 범종 (0) | 2013.09.25 |
|---|---|
| [스크랩] [최진화] 늙어가는 역 (0) | 2013.09.25 |
| [스크랩] [이홍섭] 강은 전생을 기억할까 (0) | 2013.09.25 |
| [스크랩] 구상의「가장 사나운 짐승」감상 / 안상학 (0) | 2013.09.24 |
| [스크랩] [이달에 만나는 詩]함께 있지만 하나될 수 없는 운명…/ 뼈와 살 - 김 언 (0) | 2013.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