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인원
눈독 들일 때, 가장 아름답다
하마,
손을 타면
단숨에 굴러 떨어지고 마는
토란잎 위
물방울 하나
-출처 : 시집『사람아 사랑아』(고려원, 1998)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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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눈독 들일 때'의 사랑은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리이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는 늘 백발백중의 활과 화살을 가지고 다닙니다. 제우스가 준 것이지요. 그가 가지고 다니는 황금화살은 사랑에 불을 붙여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화살에 맞으면 누구나가 사랑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즉 에로스는‘황금화살’이라는 ‘눈독’을 가지고 상대의 가슴을 꿰뚫어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킨 것입니다.
오직 한 눈에만 보이는 하나의 사랑. 더 이상의 것도, 더더구나 그 이하의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 눈에 보이는 '눈독 들인 사랑'이야말로 이 지상의 최고의 사랑입니다. 사랑은 어떠한 소유물이 아닙니다. 오직 내적인 행동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사랑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적으면 적을수록 내적인 행동이 강렬하게 나타나 더욱 더 빠져들게 됩니다. 사랑은 내가 차지하고 내가 받아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비워 아낌없이 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아낌없이 주는 것이 바로 ‘눈독 들일 때’요, ‘가장 아름다’울 때입니다.
그러나 일단 그 사랑도 훼손되어 파멸하고 나면, 즉 '손을 타면' 가장 비참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에로스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화살, 즉 납으로 된 것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지요. 납 화살을 맞으면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사랑조차도 싫어진다고 합니다. '단숨에 굴러 떨어지고 마는/ 토란 잎 위 / 물방울 하나'처럼 말입니다. 사랑의 절정과 사랑의 파멸을 '눈독 들일 때'와 '손을 탄'다는 표현으로, 그리고 비참하게 결별하는 사랑을 '토란잎에서 굴러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로 실감나게 비유하여 놓은 작품입니다.
이 시작품을 만나고 나니, 문득 <사랑은 가시덤불과 백합꽃을 동시에 적시는 밤이슬>이라는 스웨덴의 속담이 떠오르는군요. 그러면서도 사랑 에로스와 마음 프시케가 서로 첫사랑을 못 잊어 온갖 시련을 겪으며 헤매다가 끝내 만나 해피엔드를 맺은 사랑의 아름다움에 자꾸만 ‘눈독’이 들여지는군요. 애급옥오(愛及屋烏)라 하였던가요? 남을 사랑하면(=눈독 들이면) 그 집의 까마귀까지도 사랑스러운 법이지요.
-구재기 님이 쓰고 詩하늘에서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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