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 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낼 수 없는
<감상>
2005년 미당문학상 수상작이다. 보자, 단순요약하자면 외딴곳에서 떠나버린 옛 사랑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다. 옛 애인이어도 좋고 돌아가신 어머니여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8연으로 구성된 이 시가 감동을 주는 것은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점층적으로 확장시키며 독자를 뇌쇄시킨다는 것이다.
2연에서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고 하였다. 아마도 시인은 어느 외딴곳에서 이 시를 썼거나 단상 크로키를 하였을 것이다. 숲이 인접한 서해 어느 허름한 민박집으로 장소를 설정하고 읽는다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울 듯도 싶다.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친 아침이었을 것이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가 와서 울다 떠난다. 새는 이별 대상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작고 가슴이 붉은 새이기에, 잠깐 울다 떠나버린 새이기에, 또한 새의 울음소리는 문풍지로 스며드는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리기 때문에 시적 서정이 증폭되는 것이다.
6연에서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라고 하였다. 새의 지저귀는 소리는 떠나버린 옛 사랑 혹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화신이 화자를 부르는 애틋한 소리의 환치이다.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니 시인은 새의 입을 빌려 화자 감정 드러내기를 한 다음 떠나버린 옛 사랑으로 이미지를 전가하는 시적 견인이 놀랍다. 새를 채용하지 않고 2인칭 너를 등장을 시켰다면 시가 자못 신파적일 수도 있다. /가슴 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낼 수 없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 사랑이라니 잔인한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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