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강
이 하 석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지는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 때 우리는 함께 이 곳에 있었고
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위에 겹쳐 흐르던.
-이하석 시선집 '유리 속의 폭풍' (문학사상사,2007)
* '분홍강 가에 나가 우'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
이' 어디선가 누구의 눈에선가 꼭 있을 것이라 우리
는 믿고 살아 가는 것 같습니다.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불러보는 우리 들,
비록 분명한 대답은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멀리서
울려 오는 메아리 같은 것, 음영 같은 것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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