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의 방
/정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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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침묵의 둥근 알이었다 껍질을 뚫고
목 끝까지 잠수를 했다 보자기만한 하늘은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가끔 흘러오는 물줄기만이
푸르른 청맹과니 꿈을 흔들었다 처음으로 뿌리를
갖게 되었을 때 햇빛의 작두날에 한 번도
피 흘린 적 없는 우리는, 깜깜한 우물처럼 고요했다
눈부시게 깨워줄 햇살이 없으므로, 세상의
死線까지 간 적이 없었으므로, 아직은 풋내로
괴로웠다 더러 순결도 무거운 허물이 되어 발목을
잡지만 가슴에서 가슴으로 습기만 나르는
황홀한 입덧이었다 지나온 날들은
반짝 초록의 불씨들이 눈을 떴다
어둠의 탯줄을 끊은 새떼들이 앞 다투어
잎새의 날개를 폈다 오래된 하늘을 밀어젖혔다
상여꽃 피우는 햇살을 향해 날아오르는 저 미친.
199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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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 시어가 콩나물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톡! 톡! 튀는 구체 시어가 시를 새로운 다른 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6개 이내의 그 구체 시어가 이렇게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 한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상여꽃이 죽음의 꽃이아니라 생명 탄생의 꽃이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모두 죽어서 하나의 생명으로 씨앗처럼 잉태되는 그 순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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