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촉 / 최종천
익을 대로 익은 홍시 한 알의 밝기는
오 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볼 때마다
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
따 먹지 못하는 홍시는
십오 촉은 될 것이다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필라멘트
이백이십짜리 전구를 백십에 꽂아 놓은 듯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떨어지지 않는
십오 촉의 긴장이 홍시를 켜 놓았다
그걸 따 먹고 싶은
홍시 같은 꼬마들의 얼굴도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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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가장 빛나는 구절은 7, 8, 9 행이라 생각한다.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필라멘트' 이렇게 무릎이 탁 쳐지는 구절이다. 전구에 불이 오기 위해서는 극과 극의 전원이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유혹과 안된다는 금기의 이 두 가지 전원의 묘사가 단순한 관념이 아니기에 이 시 전체를 튼튼하게 받혀주고 있다
시 맛나기 읽기 코너에 한 번씩 글을 읽는데 어제는 제 4막님이 올리신 ‘묵화’를 다시 읽었다. 묵화의 글 중에 3행과 4행을 왜 한행으로 처리하지 않을까? 생각해 내기위해 무려 30분 이상이 걸렸다. 솔직히 읽어서 무언가 느껴지지 않으면 난 읽고 또 읽는다. 시가 좋은 시가 되는 첫째 요인은 말을 하지 않고 말을 하고 있는 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좀 더 깊어져 가는 시인이라면 만약 말을 숨긴 시를 읽으며 무심코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글을 읽는 사람도 글을 쓰는 사람도 깊어가는 가을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깊은 사유를 제공하시는 제4막님께 무척이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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