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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람과 짐승 [송재소]

문근영 2012. 11. 3. 06:52

제 618 호
사람과 짐승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최근 남녀가 결혼 할 때 주고받는 예물, 예단이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상대편이 과도한 예물을 요구하고 이를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결혼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 후에도 신부 측에 무리한 지참금을 강요해서 결국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결혼 전후에 양가에서 숨 막히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거래’와 ‘흥정’이 이루어지는 일이 많다고 하니 그야말로 ‘예단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장가들고 시집가는 데에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무리이다”(婚娶論財 夷虜之徒)라는 말이 있다. 원래 ‘오랑캐’는 중국민족이 주변의 미개한 민족을 폄하해서 부른 명칭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 오랑캐는 그 이상의 뜻을 지니고 있었다. 당나라의 문호 한유(韓愈)는 「원인(原人)」이란 글에서 “사람은 오랑캐와 짐승의 주인이다”(人者 夷狄禽獸之主也)라고 말했다. 즉 오랑캐는 사람이 아닌 짐승과 동급으로 분류되었다. 오랑캐에 대한 한유의 견해가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랑캐가 짐승과 동급으로 인식되었던 시대에 “장가들고 시집가는 데에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무리이다”라고 말한 것은, 재물을 논하는 자들을 사람 아닌 짐승으로 취급했다는 이야기이다.

과다한 예단은 사랑의 조건이 아니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오늘날 결혼을 앞두고 ‘예단 전쟁’을 벌이는 자들이야말로 짐승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사람을 보고 결혼을 하는 것인가, 재물을 보고 결혼을 하는 것인가?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한다. 이렇게 중요하고 성스러운 결혼을 하기 위해서 격렬한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이는 먹이를 두고 서로 다투는 짐승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 사회에는 이 밖에도 또 다른 짐승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무려 21명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유영철, 열한 살의 혜진이와 아홉 살의 예슬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정성현, 등교하던 여덟 살의 나영이를 상가 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서 성폭행하고 불구로 만들어버린 조두순과 같은 자들도 인간이 아닌 짐승이다. 이런 짐승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달 16일에는 경남 통영에서 김점덕이란 짐승이 등교길의 아름 양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 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했다. 이제 열 살 밖에 안 된 어린 소녀를 그렇게 무참히 살해하다니. 아름 양 장례식장에서 말한 아버지 한광웅씨의 절규는 모든 부모들의 가슴을 적셨다. “엄마 얼굴도 모르고 자란 아름이는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엄마 얘기를 꺼낸 적이 없을 만큼 속 깊은 아이였다 … 돈이 없어 늘 라면만 먹이는데도 불평 한 번 없이 라면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이런 천사 같은 아름이에게 못된 짓을 한 김점덕을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바로 짐승이다.

이외에도 반인륜적 범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람의 탈을 뒤집어쓰고 어찌 저럴 수가 … ”라고 분노한다. 그렇다, 그런 자들은 사람의 탈을 뒤집어쓴 짐승이다. 우리는 지금 이런 짐승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특히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짐승들 때문에 이 땅의 부모들은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자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을 해치는 짐승들은 인간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범죄를 보고 있노라면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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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송재소
· 성균관대 명예교수
· 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
· 저서 : <다산시선>
<다산시연구>
<신채호 소설선-꿈하늘>
<한시미학과 역사적 진실>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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