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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거품 공약과 메가 프로젝트 [염재호]

문근영 2012. 9. 10. 03:48

제 607 호
거품 공약과 메가 프로젝트
염 재 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무더운 여름 시원한 생맥주 한잔은 갈증을 식히고 더위를 날려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하지만 생맥주를 잘못 따르면 거품만 가득하게 된다. 잠시 후 거품이 빠지고 나면 진짜 맥주는 반도 안 채워진 것을 알고 실망하게 된다.

거품, 책임지는 사람 없이 막대한 국민 부담만

일본이 잃어버린 십년을 지나 잃어버린 이십년을 보내고 있는 것은 거품경제 때문이다. 일본수출이 미국시장을 위협하던 1985년 미국과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하게 되자 일본 경제의 거품현상이 일어났다. 일본 국내 부동산가격은 급등하고 일본 기업들은 미국 뉴욕의 대형건물들을 사들이고 미국기업들을 인수하며 세계 경제를 제패하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높은 엔화 가치로 제조업 경쟁력이 서서히 타격을 입기 시작하고 거품경제가 붕괴하자 은행의 도산이 줄을 잇고 일본경제는 추락의 길에서 회복하지 못한 채 이십년 이상을 보내고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처음에는 높은 지지도를 보이지만 곧 급격한 지지도 하락을 보이는 것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거품이 처음에는 매력적이지만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통령들은 역사에 남는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에 쉽게 사로잡힌다. 선거과정에서 이는 절묘하게 지역이나 소수 집단의 이익과 맞아 떨어져 검증되지 않은 메가 프로젝트들이 엄청나게 쏟아진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대통령뿐 아니라 거품 많은 정책공약을 만들어주는 참모들과 거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민영화와 경제자유화를 앞세워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금융자유화로 외국의 단기자금들이 규제 없이 쏟아 들어왔다가 결국은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벤처 육성과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수도 이전 정책을 쏟아 놓았다가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몰고 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4대강 건설 등 메가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임기 내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모든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껴안으며 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대학자율화 명분으로 지방의 전문대학이나 실업고교들에 대거 대학 인허가를 내주어 대학진학률이 60년대 6%, 70년대 20%대에서 최근 84%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이런 정책은 우리 지역에도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역정치 이익을 반영한 거품의 결과이다. 결국 거품이 사라지면서 대졸실업자의 양산과 부실대학의 속출이 이어지는데 책임지는 정치인이나 정책결정자는 어디에도 없다.

거품 공약, 이젠 유권자들이 가려내야

또 다른 예로 이명박 정부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기초과학육성을 위해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가속기 건설의 메가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소수 물리학자들의 연구를 위해 하나에 건설비만 5천억 원, 매년 운영비만 500억 원 이상이 드는 가속기 건설이 지역의 이기주의와 맞물려 포항, 대덕, 광주 등 네다섯 군데에서 동시에 건설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건설되면 이들 가속기 운영에만 일 년에 2, 3천억 원은 족히 든다고 한다.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사회계까지 수만 명의 대학원학생들을 지원하는 BK21사업이 일 년에 고작 2천500억 원의 예산인 것에 비해 보면 너무 큰 거품이다. 가속기 건설과 같은 메가 프로젝트에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BK사업과 같은 기반사업은 효율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존폐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넌센스다.

이제 6월이 되어 대선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줄을 잇고 대선주자들은 정책팀을 구성하여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충청권 수도이전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 좀 보았다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선거만을 의식해서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정책들이 정책공약팀들에 의해 거품처럼 쏟아지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메가 프로젝트들이 제시되고 거품 공약들이 오 년마다 난무할 때 우리의 사회적 비용은 가중된다. 이제 민주화 이후 이 정도 선거를 치러봤으면 유권자들도 거품은 가려내는 지혜를 갖추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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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재호
·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고려대 법대 졸업
· 미국 스탠포드대 정치학박사
·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 한국정책학회 회장 역임
· 저서 : <딜레마 이론>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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